경제·금융

[치아상식] 건치로 福을 만드는 시대

일본판 고려장을 다룬 `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영화를 보면 등장하는 할머니가 성성한 이를 스스로 돌에 박아서 깨뜨리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가뜩이나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춘궁기를 맞아 식구들에게 곡식 한 톨이라도 더 돌아가게 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고령인데도 불구하고 건강한 치아를 갖고 있었던 할머니. 그녀는 “아직도 이가 그대로 있네”라는 부러움과 시샘 담긴 이웃 할머니의 말을 내심 부끄럽게 받아 들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이가 튼튼한 것을 오복의 하나로 여겼다. 특히 효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노인들의 건강과 장수는 으뜸가는 관심사였고, 저변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튼튼한 이를 갖기를 바라는 바람이 항상 깔려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치아의 중요성은 커진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이만 성하다면 먹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잘 먹을 수만 있다면 건강은 그런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까지는 신체 에너지가 치솟지만 30대를 지나 일정 시점이 되면 몸의 기가 점점 빠져 나가기 시작해 우리가 흔히 중년이라고 부르는 50줄에 들어서면 몸의 에너지가 상당부분 없어진다. 이때부터 우린 신체는 먹는 것에 많이 기대게 된다. 더불어 치아는 건강을 좌우하는 절대 요건이 된다. 실제 기력을 잃어가던 고령의 환자가 입 속을 치료하거나 이를 심은 후에 건강이 회복되었다는 임상자료도 많다. 이것만 보더라도 `신체건강=치아건강`의 등식은 성립되고도 남는다. 만약 영화의 배경이 우리 나라였다면 어땠을까. 옛날 이야기의 전개방법으로 볼 때 당연히 주인공은 늙은 어머니가 아니라 맏아들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아들은 부모에게 곡식 한 톨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자신의 이를 깨뜨렸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성한 이를 스스로 부러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할 이유가 없어졌다. 먹거리가 도처에 깔려 있고 평소 관리를 다소 잘못했더라도 틀니를 하거나 새로 이를 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복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박재석 USC치대박사ㆍ뉴욕치대 임상교수ㆍ서울 청담동 미프로치과원장 <류재규(청뇌한방병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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