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자기주도 혁신을 기대하며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가끔 외국인 학생이나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한국 학생들과 확연히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곤혹스러울 만큼 쏟아지는 질문 공세다.

한국 학생들이 질문에 인색한 현상은 필자의 세대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은 듯하다. 여전한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스스로의 사고여과기를 통해 지식을 받아들이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후 한국은 선진국이라는 교과서를 열심히 공부했고 그들의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한 모범생으로서 신흥개도국들의 롤모델이 됐다.

물론 그동안 몇 차례 큰 위기도 찾아왔다. 1980년 제2차 오일쇼크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한국 경제·사회의 개혁을 감행케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런데 이 시기의 개혁은 우리가 스스로 주도했다기보다 외부 영향에 의한 것이다. 그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의 주축이 됐던 대기업은 아시아 금융위기라는 충격과 고통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생산성을 혁신해 2000년대부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대기업의 혁신과 발전으로 2011년 한국 무역은 세계에서 9번째로 1조달러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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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립완성품 분야에서는 세계 정상에 도달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기업 이외의 중견·중소기업, 연구소, 대학교나 서비스 분야 등에서는 위기 이후에도 획기적인 질적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상위 1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3.61%인 반면 기업 전체는 2.45%에 머물러 있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20년대 중반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다면 선진국 진입의 꿈은 영영 멀어지고 중국의 주변국에 머물고 말 것이다. 더구나 일본처럼 오랜 기간의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경제·사회 전반의 개혁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아시아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 없이 우리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하겠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개혁의 당위성과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위기다.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 이유는 스스로의 판단과 평가를 통해 목표를 설정할 줄 알아야 창조와 자기혁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과 방향을 평가·판단하고 위대한 한국을 만들기 위한 자기주도 혁신을 시작하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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