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부동산의 합리적 자산관리 전략


1980년대 국민 드라마였던 '사랑과 야망'의 한 장면. 건설업에 뛰어든 둘째 아들 태수는 어머니의 땅을 밑천으로 건설업을 크게 벌인다. 그러나 야심 차게 지어놓은 아파트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분양이 안되고 회사는 부도직전까지 내몰린다. 태수가 깊은 절망을 하는 사이 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석유값을 50% 올린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온 것이다. 바로 2차 오일쇼크다. 상황이 급변하자 분양이 안되던 아파트는 순식간에 팔리고 이 것을 계기로 태수는 기사회생한다. 석유값이 오르는 것과 아파트가 잘 팔리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석유값이 오른다는 것은 물가가 오른다는 것과 같다. 석유값이 50% 인상되면 체감물가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고 향후에도 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헤지(hedge)하려는 목적으로 실물자산인 부동산(아파트)을 선호한다. 이런 부동산이 요즘 들어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물가는 어느 때보다 들썩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의 요동은 찾기 힘들다. 배경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 헤지와 같은 자산보전의 기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높아진 가계부채가 걱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800조원, 40~50대 세대주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8,1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문제는 부채 규모에 비해 가계의 현금창출 능력이 줄었다는 점이다. 40~50대의 총 자산은 평균 3억6,000만원이지만 이중 금융자산은 17% 수준인 6,000만원에 그친다.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금융자산은 마이너스인 셈이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가계 입장에서 빚을 얻어 부동산 시장에 과감하게 투자하기는 어려워진 구조다. 여기에 베이비부머의 은퇴, 부동산 실수요자인 40~50대 인구감소와 같은 인구지정학적인 변화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게 한다. 물론 경제성장이 뒷받침되는 한 부동산의 폭락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예상되지는 않지만 환금성이 낮은 부동산의 '리스크' 측면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부동산을 유동화와 현금흐름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일대에서 20년간 연평균 13.4%의 수익률을 기록한 최고투자책임자(CIO) 데이비드 스웬슨은 장기 자금운용에 있어 중요한 것은 투자 수익률보다 사실은 외부에서 계속 유입되는 기부금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한국 가계의 노후 대비의 방향도 바로 이런 측면, 즉 막연히 높은 투자수익보다는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추구하면서 적정한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자산을 금융자산과 균형을 이루는 쪽으로 리모델링해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노후대비 전략일 것이다. 최근 반전세, 월세를 내는 세입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 따른 일식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부동산에 대한 인식의 변화, 매월 일정액의 현금흐름을 소중히 생각하는 새로운 사고의 태동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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