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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남북 정상회담] 盧대통령 메시지로 본 회담 의미
입력2007.10.02 17:43:04
수정
2007.10.02 17:43:04
경협·평화 실질적·구체적 진전에 무게<br>北 군사적 보장안해 진척 못본 분야 해결 기대<br>한반도 대립 넘어 평화로 전환 '상징적 계기'<br>핵등 껄끄러운 부분은 지나치게 부각 안시킬듯
| 노무현(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일 평양 4ㆍ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처음으로 만나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있다. /평양=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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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담은 좀 더 차분하고 실용적인 회담이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오전 사흘간의 방북 일정에 앞서 국민들에게 이번 회담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2000년 첫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실무적인 논의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전제한 것.
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은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정착하는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는 게 골자다. 노 대통령은 이날 “2000년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새 길을 열었다면 이번 회담은 그 길에 가로놓여 있는 장애물을 치우고 지체되고 있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평화정착과 경제발전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 경협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이번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에 경제인들이 대거 포함된 것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49명의 특별수행원 중 4대기업 총수ㆍ부회장 등을 포함, 18명의 경제인들이 동행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경제협력은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장애가 있다”며 “국제적인 요인만이 아니라 남북 간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 장애도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담에서 이러한 인식차를 줄이는 데 노력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북측의 군사적 보장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경협 분야를 적극 해결하려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협력 못지않게 최대 현안으로 주목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ㆍ평화선언 등에 대한 노 대통령의 강한 의욕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이번 회담이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는 회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는 반세기 이상 이어져온 분단의 역사를 종식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발언이지만 다소 ‘원론적’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핵 문제 등 북측이 껄끄럽게 생각하는 부분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는 궁극적으로 남북의 합의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북핵 폐기에 나서고 있는 미국 등 우방국들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기본방향은 설정하고 속도를 내는 데 있어서는 남과 북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남북한의 역할론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 등 주변국의 시선을 의식하되 독자적인 목소리는 잃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9시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북녘 땅을 밟았다. CNN 등 해외 언론을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된 영상은 한반도 평화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군사분계선을 넘기 직전 “오늘 중요한 일을 하러 가는 날이라서 가슴이 무척 설레는 날”이라며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선 심경이 착잡하다”고 솔직한 감회를 피력했다. 그는 이어 “저의 이번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군사분계선은 남북 양쪽 비무장지대(DMZ)의 한복판을 가르는 선으로 군사적 대립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분단상황을 극명하게 상징하는 장소다. 이 선을 남쪽의 대통령이 평양 방문을 위해 걸어서 넘었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갈등과 대립이 평화로 전화되는 과정에 있음을 실증하는 계기로 평가할 만하다.
노 대통령이 평양 시민에게 보낸 메시지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강조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그는 평양 도착 성명을 통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라면서 “지난날의 쓰라린 역사는 우리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이 땅에 평화의 새 역사를 정착시켜나가야 한다”며 “평화를 위한 일이라면 미루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나가자”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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