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급한불' 일단 껐지만 불씨는 여전

美 경기회복 지연따른 달러약세가 원인'급락세가 진정될까.' 전 부총리의 구두개입에도 꿈적을 않던 원화 환율이 결국 외평채 발행이라는 '돈'의 위력 앞에 한발 물러섰다. 엔화가 워낙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부의 시장에 원화 환율이 얼마나 안정을 찾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화가 더 강세를 띨 것이라는 불안감이 환율하락의 주요인이었던 만큼 외평채 발행이라는 '보이는' 조치가 시장안정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초 대부분의 연구소나 환율전문가들이 예상한 1,25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고 현재 그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같은 가파른 상승세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속도만 조절할 뿐 반등은 어려울 듯=정부가 원화 환율방어에 나섰지만 최근의 원화 환율 급락을 진정시킬 수 있을 뿐 환율이 다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미 내부보고서를 통해 환율하락을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한 만큼 정부의 개입 강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는 최근까지 정부가 보여준 자세에서도 잘 나타난다. 정부는 최근까지 가급적 구두개입조차 자제해왔다. 그러나 지난 16일 7원70전이 떨어진 데 이어 17일 다시 8원20전이나 하락하자 구두개입에 나섰다. 그러나 구두개입이 먹히지 않자 결국 20일 외평채 발행이라는 카드를 쓴 것이다. 이날 5,000억원의 외평채를 발행함에 따라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약 15억달러. 이날 달러화 매입을 위해 쓴 자금은 약 2억달러 안팎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가용규모로 볼 때 정부가 지속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달러화를 매입하기는 어려운 형편으로 정부의 개입은 그저 환율 하락속도를 다소 진정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닥권이지만 확신은 없어=외환전문가들은 대부분 원ㆍ달러 환율이 바닥권에 들어섰다고 입을 모은다. 올초 민간경제연구소나 외환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달러당 1,250원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원창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원ㆍ달러 환율급락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당초 연말까지 원화 환율이 1,260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 것도 우리 경제의 기본적인 여건이 확실히 개선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나 아직까지는 경제여건이 확실히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구길모 외환은행 딜러는 "대부분의 경제연구소나 전문가들이 연초 올해 원화 환율이 1,250원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이 수준은 심리적 지지선"이라며 "기술적으로 1,250원선이 깨지면 환율은 1,200원선으로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엔화ㆍ원화 강세흐름은 다소 꺾일 듯=최근의 원ㆍ달러 환율하락은 기본적으로 달러 약세에서 비롯됐다. 미국경제가 재정ㆍ무역 등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는 가운데 조만간 회복국면으로 돌아서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자 달러화는 연일 엔ㆍ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하락하고 있다. 원화는 엔화와 동조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최근 엔화와 함께 계속 강세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엔화 상승에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의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엔화 상승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만큼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또한 일본경제가 최근 회복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고는 하나 엔화 강세기조가 계속 이어질 정도로 기초 체력이 튼튼하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응백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일본은 엔화가 달러당 125엔 이상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을 용인하기 어렵다"며 "엔화 강세에 따른 원ㆍ달러 하락요인은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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