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설탕같은 얼굴 소금같은 연기

■영화 '각설탕' 소녀 기수역 임수정<br>경주장면 등 아찔한 상황 많아 완성될 수 있을까 의심 했어요<br>첫 단독주연 배운 것 많아…관객과 함께 나이 먹는 배우 될래요<br>트레이닝복에 말똥 묻은 머리, 뚱뚱한 기수복도 사랑스러워






첫 인상은 여리고 가냘프기만 하다. 크고 맑은 눈에 동글동글한 얼굴만 봐서는 세상 걱정 하나 없는 순진한 소녀같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의외로 당차고 씩씩하고 꿈 많은 20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8월 10일 관객들은 당찬 임수정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첫 단독주연을 맡은 영화 ‘각설탕’을 통해서다. ‘각설탕’은 경주마와 소녀의 사랑과 성공을 다룬 영화. 경마를 소재로 삼은 ‘각설탕’은 한국영화 최초로 동물을 주연급으로 삼은 영화다. 할리우드에서는 흔한 소재이지만 우리 영화계로서는 신선한 시도. 아름다운 제주도의 정취가 펼쳐지는 전반부와 치열한 경마세계와 박진감 넘치는 경주 장면이 펼쳐지는 후반부 등 관객을 끌어당기는 요소도 많다. 하지만 정작 출연하는 배우로서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동물과의 연기, 위험한 경주장면 등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 그래서 영화 개봉에 대한 소감을 묻자 “처음엔 완성될지조차 의심스러웠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각설탕은 여러가지가 모험이었던 영화. 그녀는 ‘각설탕’이 스스로에게도 큰 도전이었다고 말한다. 일단 캐릭터 자체가 임수정이 시도해 본적 없는 성격의 인물. 그녀는 그동안 어린 소녀 같은 이미지로 주로 여리고 눈물 많은 역할을 맡아왔다. 그런데 ‘각설탕’에서는 다르다.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꿈을 향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꿋꿋한 소녀 시은 역을 맡았다. “시은이란 인물을 보며 ‘달려라 하니’의 ‘하니’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가끔은 불같이 증오도 하는 그런 인물이요.” 이런 시은을 표현하기 위해 좀더 남성적인 느낌을 많이 넣어서 연기했다. “시은 역할을 해본 덕분에 더 강한 역할에도 욕심이 생겨요. 느와르 같은 영화에도 도전하고 싶고.” 사실 영화 속엔 여배우로서는 부담스런 ‘예쁘지 않은’ 모습이 가득 나온다. 주황색 트레이닝복, 짧은 더벅머리에 얼굴에 말똥을 묻히고 화면 속을 뛰어다녀야 했다. “시은이의 경마 기수복을 보고 처음엔 기겁을 했어요, 딱 붙는 옷에 속에 보호장비까지 입고 있어서 완전히 제가 아닌 것 같더라니까요.” 하지만 그마저도 “영화에 몰입하니 그 옷도 귀여워 보이더라“며 웃는다. ‘각설탕’에 할리우드 동물영화와는 다른 차별성을 부여하는 것도 큰 숙제였다. “사실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는 신선함이나 독창성을 느낄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 영화만의 느낌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말을 사람처럼 대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이런 고민 끝에 만들어진 ‘각설탕’은 여타 동물 휴먼드라마보다는 오히려 멜로드라마처럼 보인다. 영화 속에서도 임수정은 마치 말을 헌신적인 남자주인공을 보듯이 연기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각설탕’이 의미 있는 것은 임수정의 첫 단독주연작품이라는 점. 첫 주연작에 부담감은 없었냐고 물었더니 “없을 리가 있겠느냐”며 반문한다. “대신 그만큼 많이 배웠어요.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 스텝들과의 관계까지 모두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졌죠.” 그래서 ‘각설탕’을 끝내고 들어간 차기작 촬영장에선 ‘임수정이 많이 달라졌다’는 말까지 들린단다.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은걸 경험하고 배웠어요.” 이렇게 말하는 임수정이지만 아직도 더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단다. “연기를 하면서 저 자신을 발견하는 재미를 많이 느껴요. 연기를 하면서 철이 들고 성숙해지는 느낌을 즐기는 거죠.” 이런 느낌 때문에 연기를 한다며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힌다. “언젠가 나이가 들었을 때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지금 하는 연기는 모두 그때를 위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구요.” 때문에 당장 커다란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나가고 싶다 .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이렇게 해서 ‘관객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배우’이고 싶다고 하는 배우 임수정. “어떤 팬이 9개월 된 아이를 위해 사인을 받아갔어요. 그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배우 해야죠.”라고 당차게 말하는 임수정. 그러고 보니 10년 후 더 훌륭한 배우가 돼 있을 그녀의 모습이 매우 궁금해진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