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기업 올 수출목표 사실상 포기

美테러사태이후 세계경기 침체등 겹쳐세계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올 수출목표 달성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 9월초까지도 크리스마스 특수 기대감 등으로 수출목표 달성에 희망을 걸었던 기업들이 미 테러사태와 뒤이은 미국의 보복공격, 경기침체 가속화라는 대형 악재를 맞아 맥을 놓아버렸다. 특히 수출전선의 최선봉인 종합상사들은 3ㆍ4분기 수출실적이 올 목표액의 59%에 그치자 연말 목표치 재조정을 위한 수정작업에서조차 손을 떼 당초 1,910억달러로 설정한 정부의 올 수출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맥못추는 주력품목, 의미없는 수출목표 반도체ㆍ철강은 물론이고 나홀로 질주하던 자동차도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10월중 자동차 수출은 15만4,449대로 전달에 비해 7.8%나 줄어 '자동차 마저도.'라는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현대차 관계자는 "테러사태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중대형차 중심의 소비패턴이 한국차의 아성인 소형차 쪽으로 전환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했다"며 "하지만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수요감소 폭을 보전할 정도가 못돼 올해 수출목표를 당초보다 5만대 줄어든 100만대로 하향조정했다"고 말했다.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철강은 미국의 잇단 덤핑제소로 수출길이 어둡다. 반도체는 국제시장가격 폭락으로 이미 힘을 잃은지 오래됐다. 전기ㆍ전자, 섬유 등 여타 수출주력 품목 역시 맥을 못추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이맘때면 실적관리를 독려하던 기업들이 최근에는 수출목표를 거론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은 당초 올 수출목표를 280억달러로 정했으나 미 테러사태이후 200억달러로 크게 낮췄다. 현대종합상사도 올 9월까지 지난해 수출실적(278억달러)의 절반수준인 131억달러에 그쳐 목표치를 160억달러로 하향조정했으며, LG상사는 아예 수출목표 재수정 작업을 포기했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연말 전망이 너무 어두워 4ㆍ4분기 수출액을 짐작하기조차 힘들다"며 "이미 목표액 수정작업도 포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말 밀어내기도 안 먹힌다 몇년전까지도 기업들은 수출목표를 맞추기위해 연말 '밀어내기'를 불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도 안하고 있다. 경영내용을 시장이나 주주들이 속속들이 파악, 감시하는 상황에서 밀어내기를 통한 실적관리는 오히려 기업신뢰도만 악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분위기에서 단기간의 실적관리를 위해 밀어내기를 했다가 자칫 재고누적->비용증가->실적악화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밀어내기 유혹을 잠재우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밀어내기를 하더라도 내년 경기가 좋아지면 재고를 충분히 해소시키겠지만 요즘처럼 모든게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제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이 더 걱정 "크리스마스 특수가 사라진 것도 문제지만 내년봄 이후 신규물량이 줄어들 것이 더 큰 걱정이다."(전자업체 K사 수출담당자) 최대시장인 미국의 경제는 테러와 보복전쟁, 그리고 탄저균 공포로 언제 되살아날 지 전문가들도 쉽사리 점치지 못하고 있다. 수출시장은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본ㆍ대만등 기존 경쟁국은 물론이고 저임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위협이 내년에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 관계자는 "당초 올 4ㆍ4분기에는 수출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았지만, 미국 테러사태 여파로 수출 회복시기가 내년 상반기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석훈기자 최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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