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을 생산하는 길라씨엔아이 김동환(46)사장은 신체장애와 가난, 학력을 모두 극복하고 견실한 중소기업을 일궈낸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했던 김사장은 어릴 때 방바닥을 굴러다녀야 했고 어머니가 방모퉁이를 가로질러 걸어놓은 동아줄을 잡고 걸음마를 배워야 했다.
그러나 그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 2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외가 친척이 도박에 빠지는 바람에 빚쟁이들이 집안살림을 모두 가져가면서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어머니와 시장길목에 좌판을 벌이고 계란과 떡을 팔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텃새가 심했어요. 낯선 사람들이 들어오니까 시장경비원들이 계란과 떡이 담겨있던 바구니를 발로 차며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지금도 그때의 서글펐던 기억들이 또렷합니다.” 그는 땅바닥에 떨어진 떡을 집어먹으며 배고픔을 달래야 했던 옛날의 아픈 기억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김 사장에게는 신체장애, 가난과 함께 짧은 학력이 또 하나의 콤플렉스다.
그는 집이 가난해 고등학교 2학년도 마치지 못하고 자퇴해야만 했다.
그는 방송통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면서 배움에 대한 열망을 달랬다. 김사장이 발명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기반은 이렇게 해서 다져졌다.
“어느날 저녁 길거리에서 경찰관들이 메모판에 무엇을 쓰느라 손전등을 비추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한 사람이 손전등을 들고 한 사람은 무엇을 쓰고 있더라구요. 그순간 볼펜에서 빛이 나오면 어두운 곳에서도 간단하게 메모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바로 개발에 들어갔죠.”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외주업체를 찾았고 밤을 새워가며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오늘의 길라씨엔아이를 있게 한 반디펜은 이렇게 탄생했고 지금은 중동과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인기상품이 됐다. 이어 그는 경찰봉, 도로표지병, 라이트스틱 등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매출액 100억원의 견실한 중소기업을 일궈냈다.
반디펜은 볼펜볼에서 빛이 나오는 제품으로 깜깜한 밤에도 사용할 수 있다. 미국, 이스라엘 등 군부대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음악회 등의 행사에서 관객들이 환호할 때 좌우로 흔드는 라이트스틱도 길라씨엔아이에서 만든 제품이다.
“같은 쥐를 보더라도 누구는 징그럽다고 외면하지만 누구는 가능성을 찾아냅니다. 시각의 차이죠. 전자에게는 쥐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지만 후자에게는 미키마우스를 만들어낼수 있는 가능성이 되지요.” 김사장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 말고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