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 Watch] 한국서만 뜨는 외화… 흥행 비결은

父, 부성애로 국민 감성 녹이고

樂, 음악으로 관객 심금 울리고

視, 경이로운 비주얼도 먹혔다



'테이큰' '리얼스틸' '월드워Z'…
가족 위한 아버지 헌신 이야기에 스펙터클한 볼거리 묶어 큰 인기

음악 소재로 한 영화 '비긴어게인'
세계서 한국관객이 가장 많이 봐


'이상한 나라 앨리스' '헝거게임' 등
시각효과 뛰어나고 액션 넘쳐나도 女주인공 내세운 작품은 재미 못봐


천체물리학과 관련된 책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팔리고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등 2차 창작물 형태로 '인터스텔라 이해하기'가 번져나가고 아이맥스 상영관의 '암표 거래'가 '아바타' 이후 5년 만에 등장하고….

극장가 비수기로 꼽히는 11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우주에 관한 영화 '인터스텔라'가 놀라운 속도로 흥행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6일 개봉 이후 22일째인 28일 기준 741만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10일 만에 484만 관객을 동원해 개봉 12일 만에 400만 고지를 넘었던 '겨울왕국'의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개봉 15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아바타'의 기록도 깼다. 특이한 것은 이 영화가 정작 북미에서는 추후 개봉한 '헝거게임' 등에 밀려 이미 예매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유독 한국 관객들에게만 지나칠 정도의 열풍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해외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데 한국에서만 유별나게 잘나가는 외화가 인터스텔라가 처음은 아니다. 8월 개봉한 '비긴어게인'의 전 세계 관객 10명 중 4명이 한국인으로 총수익의 40%를 한국시장에서 챙겼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Z'도 북미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제일 많이 팔린 영화다.


그렇다면 어떤 외화들이 유독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한국에서만 잘 팔렸던 영화들의 공통점을 찾아봤다. 이들 한국에서 소위 '뜨는' 영화는 휘황찬란한 스펙터클, 절절한 부성애, 감성을 적시는 배경 음악이라는 3박자가 단독으로 또는 적절하게 배합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인터스텔라는 경이로운 우주 공간, 부녀 간의 애틋한 사랑에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의 장엄한 배경음악까지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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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잘 팔리는 '아버지'들의 이야기=세계 흥행은 신통치 않은데 한국에서만 잘나가는 영화들이 있다. 물론 흥행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소한 차이를 걷어내고 나니 눈에 띄는 정서적 특징이 있었다. 바로 가족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돼 있는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점이다.

리엄 니슨 주연의 영화 '테이큰'은 세계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인기를 끌었다. '내 딸을 건드리면 너도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는 강철같은 아버지의 모습은 관객을 열광시켰다. 이 영화는 북미를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제일 잘 팔렸다. '로봇 권투'를 소재로 다룬 영화 '리얼스틸'도 북미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제일 인기가 좋았다. 로봇이 나오는 영화는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데 '리얼스틸'은 거기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회복'이라는 정서도 담았다. 덕분일까. 일본에서 1,788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영화는 한국에서 2,298만달러어치의 티켓을 팔아치웠다.

물론 부성애 하나로는 안 되고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먼저다. 국내 역대 외화 흥행 순위에 든 영화의 면면들을 보면 한국 관객들이 얼마나 장엄한 볼거리를 사랑하는지 잘 드러난다. 이른바 '우리나라는 흉내도 못 내는 영화들'에 대한 애정이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좀비 영화 '월드워Z'도 부성애와 스펙터클이 결합해 해외 국가 중 한국에서 제일 잘 팔린 영화 중 하나로 기록됐다.

◇아무리 '스펙터클'해도 여자 주인공으로는 글쎄…=반대로 한국에서만 유독 흥행에 참패하는 영화들도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볼거리도 넘치고 액션도 강해 흥행 영화 공식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관객이 안 드는 영화들이 있는데 바로 여자 주인공이 전면에 나서는 '여성 취향'의 영화들이다.

팀 버튼 감독의 2010년 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려보자. 감독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이 스크린에 가득 펼쳐진 영화로 세계 역대 흥행 17위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흥행 수익 '10억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하지만 국내 관객 수는 218만명으로 체면치레 정도만 했고 영화의 총수익 중 우리나라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75%에 머물렀다. 제니퍼 로런스의 액션 대작 '헝거게임'의 성적표는 더욱 안타깝다. 세계에서 8억6,491만달러어치의 티켓을 팔아치운 영화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은 국내에서 고작 6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은 NO, 음악영화 OK=끝으로 '인터스텔라'와는 조금 상관없는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만 신기하게 통하거나 지나치게 통하지 않는 영화들을 살펴보자.

한국에서 유독 '비주류'인 장르를 꼽으라면 단연 '애니메이션'이다. 세계 영화시장을 석권했던 애니메이션 작품들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만 줄줄이 참패했다. 대표적인 영화가 '토이스토리'다. 특히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토이스토리3'는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은 사람이 본 영화지만 한국에서는 고작 148만명이 봤다. 9억7,075만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슈퍼배드2'는 더 처참하다. 국내에서는 100만명도 채 끌어들이지 못했다. 국내 티켓 매출은 67억원으로 이 영화가 벌어들인 총수익의 0.6%, 해외 수익의 1%만을 겨우 차지했다.

반면 음악영화의 인기는 이상할 정도로 높다. 8월 개봉한 '비긴어게인'은 세계에서 한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본 영화다. 총 매출의 40%에 해당하는 수익이 우리나라에서 나왔다. 영화를 본 관객 10명 중 4명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말이다. 2007년 개봉했던 음악 영화 '어거스트러시'도 22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553만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이 영화 해외 수익 절반은 우리나라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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