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FRB 분열 시장불안 가중

■ 美 금리 동결 파장위원 2명 "인하"주장 재침체 우려 드러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하강과 극도의 시장 불안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지 못한채 무기력감에 빠져 분열상을 노출했다. FRB 내부의 분열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 뉴욕 금융시장을 무겁게 가라앉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FRB는 24일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은행간 콜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행 1.75%로 유지하기로 10대2의 표결로 결정했다. 그러나 두명의 위원이 금리인하를 주장했다는 뉴스에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 7월 저점 이하로 떨어져 4년만에 최저를 기록하고, 나스닥 지수는 6년, 미국 국채(TB) 수익률은 44년만에 최저치를 각각 경신했다. ▶ FRB 분열 노출 이날 FOMC 발표문은 이례적으로 에드워드 그램리치 본부 이사와 로버트 맥티어 댈러스 총재등 두명이 금리인하를 주장, 반대의견을 냈다고 발표했다. FOMC는 FRB 의장과 부의장, 워싱턴 본부의 이사 5명, 지방총재 5명등 12명으로 구성되며, 1년에 8번 정기적으로 열린다. FOMC 멤버 2명이 의장의 견해에 도전하기는 지난 98년 5월 이후 처음이며, 지난해 12월 금리 인하때도 1명이 반대했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지방총재들이 의장의 견해에 반대했으며, 의장의 직계 멤버로 인식되는 워싱턴 본부의 이사가 불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FOMC가 시장 불안감을 확산시킨 요인은 비둘기파들이 반대했다는 점이다. 과거엔 소수 의견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거나 동결하자는 매파였지만, 이날 금리 인하론자가 반대의견을 제시함으로써 현재 미국 경제가 심각한 상태에 있음을 FRB가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FRB는 통상 FOMC 개최후 몇 달후에 논의 내용을 공개해왔는데, 이날 반대자를 즉각 공개한 것은 두가지로 해석된다. 첫째,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지도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폴 볼커 의장은 반대자가 있을 경우 사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관철시킨 점을 감안하면, 현재 FRB내 의견 갈등은 그린스펀 의장의 후임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대두되고 있다. 둘째, FRB의 비밀주의에 대한 지적을 수용,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처라는 긍정적인 해석이다. FRB 내부의 심각한 의견 대립은 무기력증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해 11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 42년만의 최저인 1.75%까지 내렸지만 그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경기회복을 위해 사용할 실탄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 그린스펀과 그의 지지자 9명은 몇 개밖에 없는 실탄을 심각한 상황에 대비, 아껴두자는 것이고, 반대자 2명은 경기가 더 나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 연내 금리 인하론 대두 FOMC는 "리스크가 경제의 허약함을 노출시키고 있다"며 지난번에 이어 '완화기조(easing bias)'를 유지, 경제가 나빠질 경우 금리를 내릴 여지를 남겨두었다. 월가의 많은 전문가들은 연내에는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이라크 전이 발발할 경우 정례 회의 사이에 긴급 처방을 할 가능성등이 대두됐다. 손성원 웰스파고 은행 부행장은 "FRB내 견해차 노출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라크 공격 또는 더블딥(W자형 침체) 등이 나타날 경우 연내라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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