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막대한 경상·재정 적자 문제로 경제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취약5개국(F5, 인도·인도네시아·터키·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비가 1년 만에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들 국가의 운명을 가른 것은 '경제개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들 5개국은 모두 공교롭게 총·대선을 실시해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했다. 이 가운데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새로 출범한 정권들의 과감한 경제개혁이 성과를 거두면서 국제사회의 평가도 크게 나아졌다. 반면 현역 수장이 재임에 성공한 터키·브라질·남아공은 정권의 반(反)기업적 행태와 연이은 부패 스캔들 등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상황이 악화 '경제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모디 효과, 조코위의 계속되는 허니문 효과=5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그룹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전날 저녁에 있던 한 강연 자리에서 "2~3년 후 인도는 중국을 앞질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구가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도 경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암바니 회장의 장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지난 5월 말 나렌드라 모디 총리 체제의 등장 이후 이른바 '모디 효과'가 비틀대던 코끼리, 즉 인도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는 이미 △인프라 건설 및 산업용 토지 취득 규제 완화 △상업용 석탄시장 개방 등의 개혁조치를 단행했으며 △조세정책 단일화를 위한 통합물품서비스세(GST) △국영·민간기업의 정부 지분 매각을 통한 국가예산 확충 등도 추진하고 있다.
모디 개혁의 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5.7%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센섹스지수는 올 들어서만 35% 폭등했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부실한 경상·재정수지 문제가 부각되며 환율이 급격히 흔들렸고 이 때문에 국제투자은행 모건스탠리로부터 'F5'라는 달갑지 않은 딱지를 받았던 인도가 1년 만에 변신한 것이다.
인도와 인접한 인도네시아 또한 개혁 성향의 지도자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새로운 국가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10월에 취임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한 달 만에 전임 정부가 한 번도 시도하거나 성공시키지 못했던 각종 경제개혁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국가 경제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에너지 보조금 축소를 위해 지난달 휘발유·경유 가격을 평균 33% 인상한 것이 대표적 예다. 지난달 말에는 관료주의 및 만성적 부패 척결의 일환으로 내년 정부 출장 예산을 3분의1 이상 축소했고 공무원들이 값비싼 호텔을 미팅 장소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대형 광산업체 프리포트맥모란의 리처드 애드커슨 사장은 최근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코위가 취임 초에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인도네시아에 새로운 철학을 심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터키·브라질·남아공 구태 못 벗어=반면 터키와 브라질·남아공의 최근 경제 성적표는 시원찮다. 이들은 올해 현역 지도자가 나란히 재임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1월 터키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4%나 급감했다. 인근 유럽 경제의 거듭된 부진에 더해 이슬람국가(IS) 사태 등 중동에서의 정정불안이 직접적 원인이 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개혁적 기업 탄압이 국가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세계 최대 가전제품 생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터키 아르첼의 모회사 코취홀딩이 최근 예정에 없던 회계감사를 받은 일이 대표적인 예다. 터키 경제계는 지난해 이스탄불 탁심광장에서 열린 반정부 대규모 시위와 관련해 코취홀딩이 소유한 호텔이 시위대에 로비를 피난처로 제공해준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의심하고 있다. USA투데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기업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이는 터키 경제를 좀먹게 하는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10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한 브라질 역시 경기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4일 연방의회에 보낸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오는 2015년 GDP 성장률을 기존 2%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에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기술적 침체에 접어든 브라질 경제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아공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어 있다. 3·4분기 GDP 성장률은 1.4%에 그친 반면 실업률은 공식 발표 수치로만 25.4%에 달하고 있다. 특히 올해 재선에 성공한 제이컵 주마 대통령의 거듭된 스캔들 및 추문 속에 "남아공이 넬슨 만델라 서거 1년 만에 암울한 상태에 빠졌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는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