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종교계 입김에 예산 편성·입법 흔들

불교계 예산 놓고 여당 조준, 기독교계 이슬람 채권법 무산<br>총선ㆍ대선 앞둔 정치권 표심 위해 종교계 몸 낮춰

표심을 먹고 사는 정치권에 종교계의 입김이 몰아쳐 예산 편성과 입법이 흔들리고 있다. 불교계는 예산을 약속한 뒤 누락시켰다며 여당을 조준했고 기독교계는 교리에 어긋난다며 국회의 법안 통과를 막았다. 이에 더해 천주교계는 정치권 최대 현안인 4대강 사업을 놓고 보수ㆍ혁신 갈등을 보이는 중이다. 특히 2012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인사들은 최대한 몸을 낮춘 채 종교계의 손짓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종교계의 정치적 영향력은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의 숙원인 템플스테이 예산 증액 실패는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의 최대 실책으로 여기고 있다. 당 대표가 인책론을 제기했고 결국 고흥길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부른 불씨가 됐다는 것이다. 당 대표가 자신이 연일 강조한 보육 예산을 정부의 반대로 넣지 못한 일이나 당내 의원들조차 비판하는 ‘형님 예산’ 남발에 침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사업은 보통 해당 부처가 증액을 요구하고 기획재정부가 깎는 관행과 달리 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조차 증액에 부정적이었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14일 “보육 예산은 워낙 많은 국민에 해당하는 사업이라 오히려 뚜렷한 반발이 적지만, 지방의 민심을 잡고 있는 스님들이 반발하며 4대강을 막아서는 것은 큰 타격”이라고 귀띔했다. 한 영남권 의원은 “평소 친했던 지역의 스님들도 요즘은 만나 주지 않는다. 당장 다음 선거 유세부터 걱정”이라고 전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속인 또 다른 의원은 “지난해 185억 원을 늘렸을 때는 정부가 반대했지만 당이 ‘이건 꼭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밀어 넣었다”면서 “이 사업은 당에서 몇 년 전부터 약속한 예산인데 당 대표하고 관계도 있는 등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어 당내에서도 찬반이 오가다 막판에 적극적으로 밀지 못했고 이후 달래듯 다른 예산으로 돌려 막으니 불교계가 화난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역시 4대강 사업 등을 깎은 예산을 토대로 템플 스테이 예산을 증액하자는 입장이다. 이자 대신 배당금을 지급토록 하는 이슬람 채권 ‘수쿠크(Sukuk)’에 배당 소득세를 면제해 다른 채권과 형평성을 맞추도록 하는 ‘수쿠크 법’ 무산의 배경에는 기독교의 교리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기독교를 믿는 여권의 실세 인사들이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와 기획재정부의 찬성 의견을 무시한 채 밀어붙였다는 쓴 소리가 나온다. 재정위 소속 한 의원은 “재정위 다수는 통과에 공감했는데 막판에 여권 실세가 재정위 의견을 묻지도 않고 안 되는 방향으로 넘겼다”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독교계 일부 계파가 대통령과 측근들이 신도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는 정치세력이 됐다”며 개탄했다. 신 교수는 “종교계가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찾기 위해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종교는 정치세력화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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