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드도 손해 볼 수 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그동안 애써 잊고 있었다. 올해는 펀드가 적금이 아니며 원금 손실도 감안해야 할 '공격적 투자'라는 걸 증명한 해이다. 하반기 들어 변동성 장세가 심화되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펀드들이 속속 등장해 펀드가 결코 대박을 보장해 주는 '로또'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올 하반기 4조5,000억원 이상의 시중 자금을 빨아들인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도 여전히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펀드=고수익'의 등식이 성립됐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1가구 1펀드'와 '1인 1펀드'를 넘어서 '1인 다(多)펀드' 시대가 열렸다. 펀드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국내 주식형, 해외 주식형, 특정 섹터 펀드 등 4~5개 펀드를 드는 건 기본이다. 은행 창구직원들은 "적금 가입서를 어떻게 쓰는 지도 까먹었다"고 할 정도로 펀드 판매에 부산했다. 하지만 증권사, 은행 창구에서 "미래에셋 펀드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는 묻지마 투자자들이 아직도 많은 것이 우리 펀드시장의 현실이다. 올해가 보름도 채 안 남았다. 당장 이틀 뒤에 누가 대통령이 될 지 궁금하지만 장삼이사(張三李四)들에게는 역시 '내년엔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할지'가 가장 중차대한 화두다. 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펀드투자를 1순위로 꼽는다. 올해만큼의 활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해도 적은 자금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편리하게' 고수익을 노릴 만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상호저축은행 등을 중심으로 연 금리 6% 이상의 고금리 예금상품이 나오고 새 정권 출범과 함께 부동산 시장 경기도 풀릴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펀드만큼 세금 부담이 적고 고수익 추구가 가능하며 환금성도 강한 재테크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 국내는 가치형, 해외는 브릭스펀드 '1순위' ‘국내 펀드는 가치형, 해외 펀드는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 상품을 골라라.’ 서울경제가 국내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추천 펀드를 조사한 결과, 각 증권사들은 내년에 유망한 펀드상품을 이같이 꼽았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폭발적인 상승세로 웬만한 펀드들은 수십 퍼센트의 수익률을 거뜬히 기록했지만 하반기 들어 특정 상품을 중심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면서 펀드 추천 역시 ‘기본’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내형 ‘가치투자가 살 길’= 국내형 가운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펀드는 펀드시장의 전통 강자인 ‘미래에셋 인디펜던스’로 4개 증권사의 콜을 받았다. 국내 펀드시장을 이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대한 꾸준한 신뢰와 함께 가치투자와 모멘텀 투자를 병행하는 점이 내년 변동성 장세에서도 꾸준한 수익을 기대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박창길 대우증권 상품개발마케팅팀장은 미래에셋 인디펜던스에 대해 “2001년부터 누적 수익률 760%라는 경이적 성과를 보인 점이 펀드의 우수한 운용성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저평가주 위주의 투자를 하는 신영마라톤펀드와 성장주에 주로 투자하는 미래에셋 디스커버리는 각각 3표, 2표로 그 뒤를 이었다. 오세현 우리투자증권 상품기획팀장은 “신영마라톤은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며 “투자비용이 저렴하고 변동성이 낮아 장기 투자 고객에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시황 변화에 따른 순발력이 뛰어난 KTB마켓스타, 기관자금운용과 가장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리서치주식형, 배당주 위주 투자로 안정적 수익률이 기대되는 하나UBS배당60펀드 등도 추천을 받았다. ◇해외형 ‘이머징마켓에 집중’=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브릭스 등 이머징마켓 상품을 꼽은 가운데 중동아프리카, 중남미에 대한 추천도 나왔다.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도 꾸준한 수익을 내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슈로더 브릭스 펀드가 3표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역시 브릭스 지역에 투자하는 신한BNP브릭스플러스도 복수 콜을 받았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팀장은 “글로벌 GDP 성장에서 이머징 시장의 기여도는 점점 확대될 전망”이라며 “현재로선 브릭스 펀드만큼 수익률을 기대할 만한 해외펀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릭스 펀드를 제외하면 특정 대륙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들이 주목됐다. 에너지 기업이 주목받고 있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우리CS러시아익스플로러, 풍부한 천연자원 및 인프라 투자가 기대되는 JP모간중동아프리카 등이 추천 받았다. 분산투자를 위한 특정섹터 펀드로는 세계 천연자원 기업에 투자하는 우리CS글로벌천연자원 펀드(3표)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규호 현대증권 펀드리서치 연구원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전세계 기업 주식에 투자해 분산 효과가 뛰어나다”고 추천사유를 들었다. 이 밖에 아시아 개발 붐에 힘입어 CJ아시아인프라, 미래에셋AP인프라섹터 등 인프라 관련 펀드들도 추천이 이어졌고 아시아 소비경기 상승에 따라 미래에셋솔로몬AP컨슈머 펀드도 주목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