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무소불위 금융권력' 3대 신용평가사 과점체제 흔들린다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신평사)의 과점 체제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이들에게 메스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금융시장을 지키는 경비견(watchdog)이었다기 보다는 뒤늦게 신용 등급을 몇 단계씩 끌어내려 위기를 증폭시키는 ‘방화범’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게다가 금융회사들과 짜고 고(高)위험 부실 모기지 자산에 최고신용등급을 부여함으로써 위기를 가져왔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법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미국 정치권은 3대 신평사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물론 이번 조치로 3대 신평사들의 과점체제가 당장 무너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을 통과한 신용평가제도 개혁 법안은 크게 두 가지다. 민주당 알 프랭켄 의원이 주도한 ‘프랭켄 수정안’은 정부의 감독을 받는 독립적 신용평가위원회가 신용평가 업무를 담당할 회사를 선정하는 권한을 갖게 하는 게 골자다. 한편 ‘캔트웰-리미우 법안‘은 지난 1975년 마련한 ‘국가공인신용평가기관제도(NRSRO)’를 폐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자의 경우 상징적 의미가 큰 것으로 지적된다. 미 SEC가 지난 1975년 3개 회사를 국가공인신용평가기관으로 지정함에 따라 이들은 지금과 같은 무소불위의 금융 권력으로 부상하는 길을 열었다. 지나친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없앤다는 게 도입 취지였지만 3개사의 과점 체제가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 만큼 더 이상 이 제도를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국가공인신용평가기관은 이들 3개사를 포함해 모두 10개사에 이른다. 프랭켄 수정안은 신평사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효과를 갖는다. 금융회사와 신평사의 직접적인 접촉을 금지하는 대신 준(準)정부기관(신용평가위원회)이 신평사를 지정함으로써 신용평가 대상 기업과의 유착에 따른 엉터리 평가를 막자는 것이다.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신용 등급을 높게 매겨줄 신평사를 고르는 이른바 ‘신평사 쇼핑’을 근절키 위한 조치다. 신평사들은 쓰레기 자산인 줄 알면서도 수수료 수입을 얻기 위해 AAA등급을 부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검찰은 현재 신평사와 월가 투자은행의 유착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따라서 무디스 등 ‘빅3’의 과점체제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위원회가 추첨 또는 순번제 방식으로 신평사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하자 무디스와 S&P의 모회사인 맥그로힐 주가는 장중 한 때 각각 6.8%, 4%나 떨어졌다. 그만큼 과점 체제 붕괴에 따른 수익 감소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3대 신평사의 과점체제가 단기간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마이너 신평사들과의 위상 차이가 아주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든 채권 평가에 수주 할당제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부채담보부증권(CDO)등 구조화 증권에 국한된다. 또 발행 기업이 평가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면 회사를 직접 선택할 수도 있다. 프랭켄 의원은 “이번 제도는 월가와 신평사간의 유착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중소회사가 대형 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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