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

"신약기술 갖춘 해외업체 M&A 검토"<br>R&D 확대·인재 적극 육성<br>2012년 매출 1兆4,000억<br>亞20대 제약사 진입 목표


국민 건강과 직결돼 있는 의약품을 만드는 제약업은 ‘방위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거대 다국적제약사들이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어 아시아권 국가에서 ‘제약주권’을 지키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ㆍ인도ㆍ중국 등 몇 안된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가 개발ㆍ출시한 신약(개량신약 포함) 중 다국적제약사들과 경쟁할 만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정부의 건강보험 약값 인하 공세가 가속화되면서 ‘제약주권’도 위기를 맞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바이오ㆍ신약 분야를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주요 제약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제약주권을 지켜내고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할 것인지 해법을 들어본다. 동아제약은 올해 국내 제약업체 중 처음으로 연 매출 7,000억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더 나가 오는 2012년까지 연 매출을 1조4,000억원으로 키워 ‘아시아권의 20대 제약사’에 진입한 뒤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해 간다는 목표다. 김원배(61ㆍ사진) 사장은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고 일정 규모의 연구개발(R&D)비용을 확보하려면 회사 덩치를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신약개발 기술을 가진 해외 업체나 바이오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그러나 “단순히 규모를 키우기 위한 국내 제약업체 M&A는 고려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비타민 음료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간판제품 ‘박카스’의 매출 신장을 위해 효능을 추가한 신제품을 내놓고 새로운 수요층 창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사장과 일문일답. -거대 다국적제약사들도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매출과 몸집을 키우려고 국내 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방안에 대해 외국 컨설팅사로부터 자문을 받았었지만 복제약 위주인데다 주요 제품이 겹쳐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합병시 구조조정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그래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강할 수 있는 확실한 기반기술을 가진 해외 신약개발 업체나 바이오 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항체의약품 설계기술을 갖췄거나 동아제약의 향후 주력분야가 될 당뇨 등 대사성질환, 치매 등 인지기능장애질환 분야에서 신약후보물질을 가진 업체 등이 후보다. 그러나 알짜 회사들은 이미 거대 다국적사들이 인수합병한 터라 적합한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스티렌’ ‘자이데나’ 등 1ㆍ2호 신약 이후 신약개발 소식이 뜸한데. ▦천연물ㆍ바이오ㆍ화합물 등 전 분야에 걸쳐 49개의 신약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이 중 3호 신약후보가 될 만한 것들로는 1ㆍ2상 임상시험 중인 기능성소화불량치료제(DA-9701), 아토피치료제(DA-9102), 천식치료제(DA-9201), 위염치료제(DA-6034) 등 9개 정도가 있다. 신약 연구개발은 장기간에 걸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화이자제약이 100개의 신물질을 연구할 때 우리는 가능성 높은 1~2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 신약개발 영역을 소화기질환, 당뇨ㆍ비만 등 대사내분비질환,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한 바이오의약품 등 3가지 분야에 주력할 방침이다. -동아제약이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려면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하나. ▦매출과 연구개발투자 규모를 늘리고 글로벌 인재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 또 좋은 후모물질을 도출해 외국 제약사와 공동개발을 많이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연 매출은 2012년 1조4,000억원을 달성, 아시아 20위권 제약사로 진입하는 게 1차 목표다. 올해 목표인 7,000억원 돌파는 상반기 실적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매출액의 6.5% 수준인 연구개발(R&D) 투자비율도 장차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연구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 상갈공장을 허문 자리에 기존 연구소의 1.5배 규모로 새 연구소를 건립하고 신약 등 개발 과정의 각종 데이터를 국제 수준으로 맞춰 나가겠다.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임상 때 일부 서류가 국제기준에 맞지 않아 애를 먹었다. 언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국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다. -‘박카스’의 위세가 비타민음료에 밀려 예전만 못하다. ▦과거 동아제약 매출의 50% 가량을 차지하던 박카스는 신약개발 투자금의 원천이었다. 지금도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하는 주력상품이다. 비타민음료와 경쟁하기보다는 ‘피로회복 효능을 지닌 의약품’이라는 점을 차별화시키고 새로운 수요층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겠다. 대사질환 치료 보조약 개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성분을 보강한 신제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동아제약 주주들을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본으로 신약개발 효율을 높이고 활발한 해외시장 개척으로 내실있는 성장을 추구하겠다. 고부가가치 항암제 수출을 위해 경기 안산 반월산업단지에 미국의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의 전용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올 12월부터 가동 예정이다. 미국에서 2상 임상시험을 마친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는 2년 정도 뒤면 미국 발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겪었고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 상장사 지배구조의 투명성 평가에서 동아제약이 75위로 비교적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보완하려면 우호주주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투명성 강화를 위해 향후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비율을 동수로 맞춰 나갈 계획이다. -연구소장 출신인데 연구와 경영 중 어느 것이 어려운가 ▦경영이 어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연구소장 경력이 신약투자 및 개발계획을 세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영업ㆍ경영부문은 강신호 회장과 강정석 대표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가 육성할 신성장동력 22개 부문에 바이오ㆍ제약이 들어 있어 고무적이다. 다국적제약사를 견제해 합리적 가격의 의약품을 국민에게 공급하는 국내 제약사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해줬으면 한다. 정부가 약값을 내리기 위해 지나치게 경제성 위주로 약을 평가하다 보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의지가 꺾일 수 있다. 확실한 근거를 갖고 보다 합리적인 기준으로 약가를 평가한다면 제약업계도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원배 사장은
연구소장 출신…간판제품 잇단 개발
김원배 사장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보기 힘든 연구소장 출신 CEO다. 그는 연구소장 시절 지난해 600억원 어치가 팔리며 동아제약의 새로운 간판제품으로 부상한 '스티렌'을 개발해 '대한민국 신약개발 우수상'을,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를 개발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또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지난 1974년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30여년만인 2005년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차분한 성격에 평소 언론과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서울경제신문의 시리즈 기획의도를 듣고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했다. 김 사장은 연구소장 때는 전혀 술을 못했지만 지금은 폭탄주 2잔 정도는 마신다. 골프는 자주 치지 않지만 싱글에 필적하는 80대 중반의 실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력 ▦1947년 충남 예산생 ▦대전고 ▦서울대 제약학과(약학 박사) ▦동아제약 연구소장 ▦성균관대 약대 겸임교수 ▦한국응용약물학회 부회장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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