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청와대 대대적 물갈이 인사]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술은 새 부대에…` 청와대가 공기업을 비롯한 정부 산하기관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기로 한 것은 과거 정부때 심어졌던 인사를 `개혁`코드에 맞는 인사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코드가 맞는 사람을 다시 채우겠다는 의미지만 그 이면에는 총선을 겨냥한 민심확보용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임기가 끝난 기관장들을 중심으로 교체인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우선 올해 임기가 끝나는 산하기관장들이 지난해보다 많다. 이들은 모두 DJ 정부시절 임명된 인사들이다. 어차피 노무현 정부가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 방침을 정한 만큼 이들의 유임가능성은 아주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법률적ㆍ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 뿐 아니라 업무평가 결과 중간 점수를 받은 경우도 교체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기업 등 정부산하 기관장의 물갈이 폭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 수석은 “2월 중순까지 자료를 종합해 2월 하순께 인사하게 될 것”이라며 “탁월한 운영을 한 사람은 두세번 연임도 가능하겠지만 이번엔 경질 대상의 폭과 기준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의 말은 경영성과가 나쁘거나 조직관리를 잘 못한 공기업사장이나 보신주의에 빠져 있다고 평가된 인사들에겐 예리한 칼과도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더기 경질도 예상된다. 공기업들에 대한 청와대의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는 지난해 4월 노무현 대통령이 인사시스템 개조할 것을 지시했을 때 이미 예고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3일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추천을 개방적으로 받고 공정한 선발이 가능하도록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라”며 419개 개 공기업과 유관기관 등 정부 산하단체의 경영실태 파악과 인사시스템 개조를 지시했었다. 청와대가 대대적인 공기업 임원 인사가 불가피함을 거듭 밝히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공기업 평가결과가 나빴다는 얘기도 된다. 노 대통령은 이번 물갈이 인사를 통해 과거부터 공기업내에 누적돼 왔던 기강해이를 바로 잡고 궁극적으로는 국정쇄신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총선을 코 앞에 둔 시점이어서 평가 결과에 대한 저항과 특혜시비도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주요 공기업 가운데 사장이 공석중인 곳은 한국전력공사, 대한석탄공사, 농업기반공사 등 3개사. 한국전력의 경우 강동석 사장이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입각했고, 유필우 대한석탄공사 사장도 최근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임했다. 배기준 농업기반공사사장도 5일 전격 사퇴했다. 따라서 굳이 인사 물갈이 방침이 아니라도 이들 3개사는 하루 속히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 물갈이 대상 기관장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이 이미 업무평가에서 중간 점수 이하를 기록한 산하기관장을 교체대상으로 언급했기 때문에 업무성과가 그리 좋지 않은 공기업 사장의 교체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배기준 농업기반공사 사장의 사퇴는 이런 면에서 함축적인 의미를 갖는다. 기획예산처가 지난해 13개 정부투자기관을 대상으로 경영실적을 평가한 결과 농업기반공사는 7위를 차지했다. 또 평가에서 꼴지를 기록한 대한석탄공사의 유필우 사장도 물러났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공사(8위), 한국석유공사(9위), 농수산물유통공사(10위), 한국조폐공사(11위) 등이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단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업무평가에서는 12위에 그쳤지만 지난해 류건 사장이 새로이 선임됐기 때문에 교체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지적된다. 업무 평가가 좋은 공기업 사장도 안심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KOTRA는 경영평가에서 1~2위에 올랐지만 고석구 수자원공사 사장과 오영교 KOTRA사장은 모두 올 상반기 중 임기가 끝난다. DJ 정부 때부터 공기업 사장의 경우 가급적 연임을 허용치 않았기 때문에 경영성과가 좋다고 해도 연임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에너지 관리공단 등 정부 산하기관 인사도 관심의 대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는 업무 능력을 기준으로 기관장들을 평가하겠지만 임기가 끝난 기관장들의 경우 교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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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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