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인들만 남은 농촌'의 모습은…

MBC 창사특집 다큐 '노인들만 사는 마을' 20일·27일 방영


도시인들에게 농촌은 어떤 존재일까. 공기 좋은 전원, 혹은 주말이면 바람 쐬러 가는 교외. ‘전원일기’처럼 푸근한 인심 가득한 ‘판타지’같은 공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노인들만 남은 농촌은 지킴이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사라져가는 공동체다. 쌀 수매 투쟁도 힘 있는 젊은이들 이야기일 뿐, 있는 논 부쳐먹기도 힘에 겹다. MBC가 창사특집으로 마련한 다큐멘터리 ‘노인들만 사는 마을’(20ㆍ27일 오후 11시25분)은 제작진이 지난해 9월부터 올 10월까지 직접 1년간 한 마을을 관찰하며 그 곳에 사는 노인들의 일상을 훑어나간다. 농촌 노인들을 주인공으로 사라져 가는 공동체의 모습을 담아내려 애쓰고 있다. 프로그램이 찾은 곳은 전남 고흥군 두원면 예동마을. 마을 주민 37명 중 35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주민 평균 나이는 76세, 가장 젊은 사람이 59세 아주머니다. 여느 농촌 마을처럼 이 곳 역시 팔십 넘은 노인들이 서로 품앗이를 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난 마을엔 기다림과 외로움, 질병이 친구처럼 찾아온다. 휴먼 다큐멘터리인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예동마을 주민 모두. 이 마을에서 추수를 할 때 젊은 일손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부녀회장인 70살 진금자 할머니가 마늘을 심으려 일꾼을 구하자, 82살 송순애 할머니까지 온다. 진 할머니는 “염치가 없지만 일손이 없어 부탁했다”고 부끄러워한다. 묵히는 논도 태반이다. 한 해가 갈수록 마을주민들의 기력은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노인들만 남은 농촌의 오늘을 그대로 보여준다. 86세 김태인 할아버지는 “죽음은 받아놓은 밥상”이라고 말하며 80이 넘으면 덤으로 남의 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자식 빚보증에 전답과 집을 모두 날린 할머니, 한 때는 멋쟁이였지만 이젠 “가는 청춘 막을 수 없다”며 눈물짓는 할머니까지 모두 이 마을 주민이자, 우리 농촌을 지키는 주인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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