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6월 26일] 기술에 감성의 옷을 입히자

‘차 문 닫는 소리를 만드는 데 18명의 연구원이 참여한다?’ 독일의 유명한 자동차 회사 이야기인데 생각해보면 소리가 나지 않도록 개발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는 문 닫는 소리 외에도 차 안의 독특한 냄새와 엔진소리를 개발하는 데도 비슷한 수의 기술자가 일하고 있다고 한다. 더 신기한 것은 자동차 회사가 후각팀ㆍ촉각팀ㆍ청각팀 등 특이한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운전할 때 물리적인 편안함이 중요하지만 운전자의 정서적인 감성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 단순히 기술이 뛰어나고 기능이 많다고 해서 제품이 잘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기술에 감성을 더했는지에 따라 우열이 결정되는 세상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냉장고ㆍ에어컨 등 집 안 가전 제품들은 온통 하얀 바탕 일색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주색ㆍ은회색 등의 화려한 색상을 입힐 뿐만 아니라 유명 화가 작품을 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를 구매할 때도 예전에는 화소 수를 먼저 물어보았지만 지금은 디자인과 같은 감성요소를 더 따진다. 화소 수와 같은 기술이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기술적 요소보다는 그 외의 요소 즉 정서적으로 만족을 주는 것에 소비자들의 마음이 끌리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에 감성을 입히는 소프트 파워를 끊임없이 키워야 한다. 정보기술(IT) 제품의 경우 통상적으로 성능이 같다면 디자인과 같은 감성적 요소가 경쟁력의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프트 파워 강화를 강력하게 추진해온 국내의 한 IT 기업의 경우 집중적인 디자인 투자를 통해 일반적인 기술 투자에 비해 무려 19배나 높은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에 따르면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은 그 기술을 인간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똑같이 차가운 디지털 기술이라고 해도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고 만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냐는 것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디지털 기술 진화의 끝에, 적어도 그 과정에 사람이 주체라는 점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우리 경제가 귀 기울여야 하는 사실이다. 그동안 뼈를 깎는 노력으로 기술 추격을 해왔다면 이제는 기술에 감성의 옷을 입힌 소프트 파워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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