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새 의회, 그리고 未知의 길

참으로 기가 막힌 선택이다. 국민을 분노시킨 탄핵은 심판되었으며, 한편으로 권력집중을 견제하는 절묘한 배분이 조화를 이루었다. 열린 우리당은 과반수 의석과 정국 주도권을, 야당은 견제력을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현대정치사를 새로 쓸 획기적인 사태, 진보정당 의회 진출이 성사되었으니 역대 어느 선거가 이만큼 잘 짜인 권력분립을 이루었 던가. 물론 지역, 계층갈등 같은 구태의 선거후유증도 여전한 것이나 그 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아직까지 가본 적 없는 새로운 판과 미지의 세계다. 여야 잘짜여진 권력분립 먼저 총선정국의 초점이었던 대통령 탄핵은 어떻게 될까. 탄핵은 정쟁으로 부터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이는 법리적 해석 소재라기 보다는 총선결과에 좌우되는 것인데, 과연 헌법재판소가 소멸된 16대국회의 정치적 부담을 떠안고 독자적 법리해석으로 판결을 강행할 수 있을까.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법리절차야 시끄럽게 진행되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판결이 총선결과에 영향받을 것임을추측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둘째, 불법 대선자금비리는 어떻게 되나, 본질적으로 이것도 결국 총선을목표로 한 공방이다. 당장의 목표가 사라진 마당에 서로를 쥐어뜯는 극단적 소모전을 지속할 이해타산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선되기 위해서는 눈물도 호소도 큰절도 올리고 싸움도 마다하지 않지만지나가면 물거품이요 악어의 눈물 같은 것, 이것이 오늘의 정쟁의 본질이아닐까. 셋째, 역대총선에 비하면 이번 총선은 분명히 진일보했다. ▦민의를 벗어난 의회권력 지탄, ▦지역구도 해소 가능성, ▦금권선거 약화, ▦진보정당 의회 진출 등이다. 이 사건들은 향후 지역주의나 금권 지향보다는 상대적으로 정강 정책의 중요성을 일깨울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한편, 17대 총선의 후유증도 결코 작지 않다. 판세를 주도한 결정적 힘은무엇인가. 여당은 탄핵 덕택에 승리를, 민주당은 탄핵을 주도한 덕택에 사 실상 괴멸했으며, 한나라당은 지역의 ‘그래도 우짜노’ 정서에 호소해 지 역당 수성에 간신히 성공했을 뿐이다. 어떤 정강 정책, 부정부패, 경제문제, 이라크 파병 같은 국운이 달린 문제 도 결국 탄핵과 지역주의라는 단 두 가지 바람에 휩쓸렸다. 심지어 거셌다 는 노풍(老風)도 결과적으로 부속수단에 불과할 정도다. 정경유착이 지역정서에 또 면죄되고, 탄핵정국에 실종된 된 뒤, 흐려진 진흙탕 싸움은 결국 불치의 숙제로 다시 남은 것이다. 총선영향으로 대통령 탄핵은 조만간 해제될 가능성이 높으며, 열린 우리당 이 정국을 주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 주도권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번 총선은 여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다수 야당의 지나친 의회권력 남용에 대한 국민적 저항 성격이기 때문이다. 탄핵직후 200석을 넘나들던 여당 지지도가 갑자기 4분의 1이나 감소한 것은 무엇보다도 사실은 취약한 기반 과 이중구조 정국을 반영하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이번 총선을 보수 진보의 양당구도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런데 외관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정책적으로 이라크파병을 주도한 지난 1년간노무현 정부정책을 진보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은 앞으로 각종 사안들에서 여당의 정체성을 시험할 것이다. 당장에 세계사적 난제인 파병과 인질사태, 내수침체와 경기부양, 금융위기 와 재정부담, 고용유연화와 비정규직 등 발등의 불이 즐비하다. 총선승리로 기존의 정책기조가 오히려 지지된다면민생갈등 소지는 거꾸로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盧정권 정체성 시험무대 민주노동당 약진은 보수 일색의 우리 정치지형상 분명 놀라운 성과이고 가 능성이다. 아마도 17대 국회에서 민노당의 민생문제 제기는 기존의 열린 우리당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17대 총선의 주역은 어찌 됐던 다수당 여당이다. 그런데 사표의식이나 부추기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밑천으로 과연 시대적 난제를 해결할 능력이 될까. 제대로 된 갈등은 해결할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때로는불가피한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면 신물이 난다’라는 말은 현안을 제쳐놓고 이해타산에 따라 상생 타협 갈등 하는 그네들의 꼴불견을 딱 빗대는 것이다. 역사는 벌써부터 묻는다. 당신들은 통일의 기초를 닦으려고 노력했는가, 단 한치의 세계사 진보에 이바지했는가. 뭐라꼬? 그래도 우짜노, 라꼬?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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