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 사이클` 해석의 차이

한국이 경기침체에 들어섰다는 미 경기사이클연구소(ECRI)의 보고서에 대해 한국에서 많은 이견이 나오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에 대한 ECRI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한국 경제학계에서 ECRI의 보고서에 대해 “지난 79년 2차 오일쇼크와 12.12 사태, 97년 외환위기 등 경제활동이 마비됐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한국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응능력이 있고 정부가 경제정책을 적절히 사용하기만 한다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침체상황으로부터 보다 빨리 탈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ECRI측은 한국의 위기대처 능력이 어느 국가보다 훌륭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일례로 97~98년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시 1년도 안돼 침체상황을 벗어났고 그 빠른 회복속도에 세계가 놀랐다. 하지만 그 같은 점과는 별개로 이번 경기침체에 대한 진단은 과거의 두 침체기와 비교할 때 과장이 아님을 말하려 한다. 첫째, 경기침체란 “국내총생산(GDP), 소득, 고용, 산업생산, 도소매 판매 등 여러 분야에 걸친 경제활동에서 현저한 하강 추세가 몇달 동안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ECRI는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할 때 3P, 즉 명확성(Pronounced), 확산성(Pervasive), 그리고 지속성(Persistent)이라는 분석을 통해 현재의 동향과 과거의 패턴을 비교한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의 3P를 분석한 결과 현재 한국경기는 과거의 경기둔화 패턴보다는 침체 패턴에 더 가까움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성장순환(Growth Cycle)과 경기순환(Business Cycle)의 차이점을 주목해야 한다. 성장순환은 현재 경기상태가 추세치보다 높으면 확장기(Growth Expansion), 낮으면 수축기(Growth Recession or Slowdown)로 부른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상태가 추세치보다 낮음을 넘어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때 성장순환상의 침체(이후 성장둔화로 함)는 경기순환상의 침체(이후 경기침체로 함)가 된다. 한국 동행지수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적은 79~80년과 97~98년, 그리고 2003년 들어서다. 셋째, 경기침체기에 나타나는 특성이다. 성장둔화기에서는 경제의 여러 분야(GDP, 소득, 고용, 산업생산, 도소매 판매 등)에서 절대적인 위축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한두 분야에서는 위축국면 없이 계속해서 성장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기에서는 경제의 여러 분야에서 절대적으로 위축현상이 나타난다. 79~80년과 97~98년, 그리고 현재의 국면에서 다발적인 위축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한국의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위축된 소비와 투자가 개선될 것이며 금융시장도 나아지고 있다고 보는 데는 ECRI도 같은 견해다. 다만 ECRI가 한국경제의 침체를 말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침체의 원인이 가계부채와 설비투자의 위축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 뿐이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재의 국면은 과거의 성장둔화와는 구별되는 경기침체라는 점이다. 2차 오일쇼크에 기인한 침체(79~80년)와 외환위기(97~98년)를 통해 한국에서는 외부 쇼크에 의해서만 침체기에 빠졌고 따라서 천재지변과 같은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침체가 없을 것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침체는 소비와 설비투자의 위축, 즉 내부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이다. 이번 침체는 생산ㆍ소득ㆍ고용ㆍ판매가 하향하기 시작한 2003년 초부터 시작됐다. 중요한 것은 다른 선진국들과 같이 한국경제도 이제는 성장둔화뿐만 아니라 경기수준 자체가 위축되는 경기침체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6년 만에 겪게 되는 이번 침체도 성장둔화가 아닌 이 같은 경기수준 자체가 위축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학계에서 단지 성장둔화를 관찰한 것만으로는 한국경제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아니며 성장둔화를 새로운 현상인 경기침체와 구별해야 할 것으로 본다. <하미숙 美 경기사이클연구소(ECRI)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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