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소통·타협의 정치문화 키우자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60일째, 돌고 돌아 정홍원 현 총리의 유임이 결정됐다. 사의 표명 총리가 유임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년 4개월에 3명의 국무총리 후보가 청문회 문턱도 밟지 못했다. 당선인 시절의 김용준 후보를 비롯해 지난달 안대희 후보에 이어 문창극 후보가 자진 사퇴했다.


요즘 장안에는 총리 인선을 두고 말이 많다. "총리로 와주십사 요청하면 열에 절반은 싫다 하고 검증을 위한 질문안을 보내면 남은 5명 중 3명이 돌아서고 실제 검증을 해보면 한 명만 남게 되는데 그를 추천하면 청문회 문턱도 못 넘는다." "사돈의 팔촌까지 파헤치는 건 너무하다." "대독 총리에게 추기경급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건 문제 있다." "그렇다고 음주운전에 대해 검사도 말란 얘기냐."

어쨌든 선진국으로 가면 갈수록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철저해진다. 미국에서는 14년 전 가정부에게 지급하지 않은 약 120만원의 사회보장비용 때문에 의원 후보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이 있다.

문제는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극한 대립으로 엉뚱한 데 힘을 낭비해 앞날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 빈부차가 스페인·멕시코 다음으로 큰 나라, OECD 국가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고령화·불평등 해소 등 과제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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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을 둘러보면 청년실업, 비정규직 해소,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통상임금, 사회안전망 구축, 입시과열 해소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밖으로 둘러봐도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의 패권경쟁으로 극동에 대한 전망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

부유해지고 있는 중국은 해양 영토이익에 발톱을 드러냈고 일본은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은커녕 우경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도 시베리아 극동 개발 등 극동으로 눈을 돌리고 빚에 허덕이는 미국은 '아시아 중시'를 표명하면서도 일본의 역할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정치불안이 가중되고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부상하는 중·러의 대륙세력과 지키려는 미·일 해양세력 간의 단층이 한반도에서 나타날까, 자칫 한말의 비극을 다시 볼까 두렵다.

이런 가운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키고도 통일은 물론 고성장과 빈부격차 해소에 성공하며 통합 유럽의 중심국으로 떠오른 독일은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의 성공 배경에는 높은 수준의 정치문화, 연정이 있다.

지난해 9월 독일 총선 후 기민·기사 연합인 집권 보수 여당과 제1야당인 사민당의 대연정 협상·결과는 품격 있는 정치가 무엇인지 한눈에 보여준다. 메르켈은 여당이 압승해 5명만 영입하면 단독정부 구성이 가능했지만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협력을 제안했다. 좌파인 사민당과 녹색당 역시 합치기만 하면 의석 과반을 점하지만 이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양쪽 다 국민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소통과 타협의 정치가 독일을 다시 일으켜 세웠고 재정위기 여파로 우왕좌왕하던 유럽연합까지 구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은 1949년 건국 이래 모든 연방정부가 연정을 구성했다. 심지어 1957년 기민당은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고도 자민당의 연정을 꾸렸다. 연정은 안정적 국정 운영의 토대가 되고 수많은 해결과제를 용광로처럼 녹여낸다.

독일 공존 정치서 해법 찾아야

물론 독일은 대통령과 총리의 이원집정부제 형태를 띤 내각제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권력형태가 다르다. 그렇지만 내각제라서 성공한 게 아니라 소통과 양보와 타협의 정치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독일인들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 패망의 비극을 겪으며 겸양·관용·양보·대화·타협·공존의 정치를 이뤄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제2공화국 시절 내각제를 택했지만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다. 소통과 타협의 문화가 우리 생활 주변에 넘치게 하고 정치권으로 확산시키자. 그래야만 산적한 한반도의 과제들을 해결해내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4만달러 국가로, 빈부격차가 해소된 복지국가로, 통일로 갈 수 있다. 안중근 의사의 꿈이었던 동양평화를 달성하고 인도 시인 타고르의 예언처럼 '동방을 비추는 밟은 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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