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술이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전체 상품 가운데 20퍼센트가 80퍼센트의 매출을 올린다는 이른바 ‘80/20’ 법칙은 이제 역사 속에 묻히고 있다. 대신 ‘롱테일(The Long Tail)’ 법칙이 등장했다. 롱테일 법칙은 수요곡선의 꼬리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해 내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2004년 IT전문지 ‘와이어드’에 저자가 처음 발표했다. 저자는 서두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얻어지는 히트상품에 목매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틈새 상품을 가능한 한 많이 갖춰야 롱테일 시대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 IT강국 한국에서 디지털 산업의 성과는 이미 일상이 됐다. 신문 대신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고, 쇼핑하러 백화점을 다니며 발 품을 파는 대신 마우스 클릭으로 상품을 고르는 게 바쁜 현대인들의 하루 일과다. ‘일상 다반사가 된 디지털 산업이 왜 지금 새삼스레 이슈가 되는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는 서막이 올랐을 뿐 아직 꽃도 피지 않아 기회는 여전히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느새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책은 롱테일 법칙의 개념과 롱테일 산업의 성공사례 그리고 기업과 개인을 위한 향후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대표적인 롱테일 산업으로 온라인 음악서비스를 꼽았다. 성공은 매출로 가늠된다. 소수의 히트곡 판매액이 비(非)히트 곡 다수를 모은 것보다 높을까. 아니다. 회원제 음악 사이트인 랩소디에 따르면 판매 순위 2만5,000번~10만번째에 이르는 영역의 노래들이 한 달에 2,200만번이나 팔리며, 이는 랩소디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곡이 많으면 많을수록 길고 긴 꼬리부문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은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롱테일 현상의 등장 배경은 두가지.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자리한 장애물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원하는 것이라면 어떤 상품이라도 구할 수 있게 된 ‘풍요의 경제(economics of abundance)’ 와 다양한 비주류문화가 네트워크를 통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롱테일 법칙이 온라인 음악 등 포장과 진열이 필요없는 일부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한다. 전쟁도구의 대중화, 네트워크를 통한 조직관리 등 저자는 심지어 전쟁에도 롱테일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롱테일 산업의 성공 요인은 필터링으로 집약된다. 즉,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검색기능과 불특정 다수의 추천(review)이 바로 필터링의 핵심. 검색기능은 쓰레기 더미에서 원하는 한가지를 끄집어 내 주며, 추천은 품질 인증과 구매의욕 고취를 위해 필요하다. 과거에는 광고나 소수 전문가들의 추천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추천은 인터넷에서 설득력을 더한다. 별책부록으로 우리나라에서 성공을 거둔 롱테일 산업의 분석을 다룬 ‘한국기업의 롱테일 전략’도 곁들였다. 사족 한마디. 지금까지 잡동사니라고 생각하며 구석에 쌓아둔 것이 있다면 버리지 말고 필터링 기술부터 터득하라. 누가 알리요, 롱테일 시대에 기발한 창업의 문이 열리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