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이즈 와이드 셧'

'아이즈 와이드 셧'끝없는 욕망의 통제 인간에 대한 영화 지난해 별세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이며 실제부부인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농염한 정사신과 난교파티등으로 화제가 된 「아이즈 와이드 셧」이 우여곡절 끝에 9월2일 개봉된다. 영화계에서 악명높은 안벽주의자에 고집스런 기인으로 불렸던 큐브릭 감독은 46년이란 긴 영화 인생중 겨우 13편의 작품을 내놓았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68년), 「시계태엽장치 오렌지」(71), 「풀 메탈 자켓」(87)등 그의 전작들은 하나같이 각종 영화기법의 신기원을 이룩한 걸작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풀 메탈 자켓」이후 12년만에 완성한 「아이즈 와이드 셧」을 보고 『자신의 생애 최고작』이라고 자평했다.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을 통제하며 사는 인간에 대한 영화』라는 감독의 설명대로, 오랫동안 억눌려온 욕망의 원형을 큐브릭 감독 특유의 몽환적 영상으로 그려졌다. 「질끈 감은 눈」을 뜻하는 영화제목은 누구나 마음속 깊이 갖고 있지만 결코 들여다보지 못하는 본능의 세계를 뜻한다. 제목에서부터 영화의 메시지는 엿보인다. 성공한 의사 빌 하퍼드(톰 크루즈)와 그의 아내 앨리스(니콜 키드만). 어느날 빌의 환자인 지글러(시드니 폴락)가 연 파티에서 각각 이성의 유혹을 받은 뒤 언쟁을 벌이고, 앨리스는 자신이 갖고 있는 불륜의 욕망을 고백한다. 그것은 여름휴가때 우연히 마주친 한 해군장교의 매력에 반해 그에게 강한 충동을 느꼈고, 그와 하루 밤만 보낼 수 있다면 남편과 딸 모두를 포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는 것. 아내의 고백을 듣는 순간 질투심에 사로잡힌 빌은 성적욕망을 좇는 긴 여정에 오른다. 갈등하던 빌은 친구의 소개로 누구나 가면을 쓰는 부자들의 비밀 섹스 파티에 몰래 참석한다. 영화는 이후 빌이 경험하는 비밀 난교파티에서 결국 신분이 들통나 생명을 위협받고 그곳에 함께 있던 한 여인이 숨지고 친구가 행방불명되는 등 엄청난 소용돌이로 발전하는 스릴러 형식을 취한다. 평온한 일상뒤에 감춰진 뒤틀린 욕망, 이상과 현실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 행복해 보이는 결혼생활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 그리고 대저택의 혼음파티등 현대인들의 꼭 감아버린 두 눈을 활짝 열어제치고 그 앞에 충격적인 성적 오딧세이를 펼쳐보인다. 결국 두 부부가 굴절된 성 의식에서 깨어나 남녀간 완전한 소통으로서의 성 의식에 도달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함께 원색의 대조를 통해 몽환적 분위기를 두드러지게 한 색채와 조명, 그리고 몽롱한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니콜 키드먼의 눈빛 연기와 전라의 섹스신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실루엣 등으로 2시간 45분이 결코 길지 않은 작품이다. 말많았던 난교파티 장면은 자극적이라기보다 시각적 장대함으로 보는이를 압도한다. 또한 관객의 꼭 감겨진 눈을 열어 꿈의 세계로 인도하는 매혹적인 선율들도 영화의 여운을 더해준다. 크리스 아이작의 「BABY DID A BAD BAD THING」을 비롯해 가면무도회 장면의 「MASKED BALL」, 무절제한 파티장면의 최면적인 「MIGRATIONS」등 몽환적 음악과 재즈,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스크린을 타고 흐른다. 박연우기자YWPARK@SED.CO.KR 입력시간 2000/08/28 20:3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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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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