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 오일쇼크가 망치로 맞았을 때 충격이라면 현재 오일쇼크는 슬로모션이다.’
오일쇼크의 망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하지만 1차 석유파동 때와 달리 지금의 석유위기는 구조적으로 장기화될 것이라고 한다. 과거처럼 배럴당 몇십달러대 저유가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다.
당장 석유를 덜 쓰는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의 절약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석유가 우리를 버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석유로부터 벗어날 궁리를 해야 한다. 석유 같은 화석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줄이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 더욱 심각한 생존 위협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석유가 더 이상 인류의 주 에너지원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보기술(IT)과 환경이 결합된 ‘그린 IT’로 하루빨리 눈을 돌려야 한다. 소프트웨어ㆍ반도체ㆍ디스플레이 기술이 결합된 태양광발전 시스템만 하더라도 친환경 에너지이면서 무한정 사용이 가능하다.
최근 울돌목에 건설하고 있는 조력발전 시스템의 경우 각종 기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보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로 관련 기술과 경제성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그린 IT’는 소프트웨어와 정보통신기술 등 IT 기반 인프라의 뒷받침이 필수기 때문에 그동안 에너지 소비국에 머물렀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생산국으로 떠오를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아직 이 분야에는 절대 강자도 없다.
이제 에너지 문제는 비즈니스를 넘어 생존의 기술이다. 최근 국내 한 IT 기업이 충남 태안군 태양열, 태양광, 풍력 에너지 생산시설 조성에 5000억여원을 투자했다는데 정부 차원에서도 장기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많은 나라들이 에너지 확보를 위해 정치ㆍ외교ㆍ기술ㆍ자본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국가의 사활마저 걸고 있지 않은가.
나아가 이스라엘이 생존을 위해 개발한 담수ㆍ군사 기술을 먹거리 산업으로 키웠듯 우리도 ‘그린 IT’를 산업화해야 한다. 더이상 값싼 석유시대는 도래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일쇼크의 망령에 매번 값싼 석유에 대한 추억과 환상 속에 빠져 있기보다 ‘그린 IT’에 투자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