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간복제, 휴브리스 아티

20세기 최대의 비밀 중 하나가 핵분열에 의한 원자폭탄 제조방식이었다면 21세기를 뒤흔들어 놓을 최대 논쟁거리는 아마 `체세포 치환` 방식에 의한 인간복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외신을 통해 알려진 클로네이드의 복제인간 `이브`의 탄생 주장은 유전자 확인을 동반하는 과학적 증거가 뒤따르지 않는 한 사실로 인정할 수 없겠지만 새해를 맞아 복제인간 즉 클론의 등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유사종교집단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자회사인 클로네이드가 아니더라도 이탈리아의 불임전문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가 이달 안에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복제인간이 출생할 것이라고 지난해 11월 발표한 바 있고 미국의 의학자 파노스 자보스 박사도 올해 안에 복제아기가 태어난다고 공언, 최초의 복제인간 출생 경쟁이 초읽기에 돌입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신의 섭리에 대한 최대의 도전이 될 복제인간 생산은 기술적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않다. 우선 불임부부를 위한 것이라지만 동물복제에서 보듯 유산이나 사산 또는 기형 출산의 가능성이 아주 높다. 동물복제의 성공률이 2~12%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인간복제는 더욱 신중해야 할 사안이다. 더욱이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가 지난 97년 탄생한 이후 세포 노화의 척도인 `텔로미어(Telomere)` 유전자가 짧아 퇴행성 관절염 등에 일찍 걸리는 등 조기노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신은 아직 인류에게 무성생식에 의한 생명탄생의 완전한 권한을 물려주지는 않은 듯하다. 특히 진화론적 측면에서 열성은 자연도태되고 우성은 살아남아 종의 다양성이 유지되는 만큼 무성생식이 계속된다면 인간의 개성과 존엄성은 철저하게 훼손되고 인류는 유인원의 후손이 아니라 세포핵 치환을 위해 필요한 화학물질이나 전기충격의 아들이 되는 셈이다. `원자탄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것을 무척 싫어했던 아인슈타인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사용됐다는 소식을 들은 후 단 한마디 “Oh, weh!”(비통한 일이야!)라고 말했다. 그는 원자폭탄이 제조될 수 있다는 비밀이 누설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나 미국이 일단 원자탄을 사용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이 원자탄을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원자폭탄이 인간을 공포로 몰아넣고 대량학살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세계 지성인들의 극렬한 반대운동에 직면했다면 복제인간의 대량생산도 21세기의 인류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에서 격심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 분명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네트워크를 혼란에 빠뜨리는 바이러스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체르노빌(CIH) 바이러스처럼 하드디스크를 짓뭉개고 입출력 장치인 바이오스(BIOS)를 뇌사시키는 등 시스템이나 하드웨어를 파괴하는 경우와 다른 하나는 멜리사 바이러스처럼 E 메일 주소록을 통해 무수한 복제 파일을 전파해 통신대란을 일으키는 경우다. 특히 클로네이드가 주장하듯 단 20만달러로 새로운 자기복제가 가능하다면 대체장기 생산 등 의학적이 아닌 목적으로 인간복제가 성행할 것이고 이는 복제된 바이러스 파일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보다는 훨씬 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대혼란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케다 가요코가 구성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에는 20명이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이지만 나머지 15명은 비만이다. 또한 이 마을의 모든 부 중 6명이 59%를 가졌고 그들은 모두 미국인이며 74명이 39%의 부를, 20명이 겨우 2%를 나눠가졌을 뿐이다. 더욱이 75명은 먹을 양식을 비축해 놓았고 비와 이슬을 피할 집이 있으나 나머지 25명은 그렇지 못하며 그중 17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조차 마실 수 없다. 이 마을에서는 1년 동안 1명이 죽지만 2명의 아기가 새로 태어난다. 90명이 이성애자이고 10명이 동성애자인 이 마을에서 만약 동성애자를 위한 인간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보편적인 가치로 인정 받는다면 지구촌 곳곳에서 복제인간을 만나는 데는 별로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그리스 비극이 누누이 가르쳐온 `휘브리스 아티` 즉 오만은 파멸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될 것이다. <김인모(성장기업부장) iakia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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