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출자 금융기관이 부실 떠안아

출자 금융기관이 부실 떠안아 기업구조조정기금 추가손실 우려 정부의 종용으로 금융기관들이 돈을 내 조성한 기업구조조정기금이 부실화돼 또 다시 금융계가 멍들고 있다. 정부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자금지원을 명분으로 금융기관을 통해 조성한 기업구조조정기금이 지난해 원금의 20%가 넘는 투자손실을 기록해 출자한 금융기관이 부실을 떠 안게 됐다. 또 투명한 자산운용과 선진 투자기법을 이용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겠다며 국내 운용사를 배제하고 외국업체에게 자산운용을 맡겼지만 수익률도 기대에 못 미치는데다가 중간에 브로커가 개입해 수수료를 강요하는 등 잡음도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본금이 3,334억원인 아리랑기금의 경우, 지난 1999년에는 원금의 100%가 넘는 3,600억원의 수익을 낸 반면 2000년에는 원금의 90%나 되는 2,9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예측불허의 운용실적으로 금융기관의 안정적인 자산운용 원칙에 혼란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금융기관의 이익에 반하는 기금을 조성해 사용했다면 그 손실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정부는 지난 98년 자금 시장이 얼어붙자 중소기업들의 자금지원을 위해 15개 은행에 1조2,800억원, 5개 보험사에 2,000억원, 3개 종금사에 200억원, 기타 800억원 등 모두 25개 금융사로부터 1조6,000억원의 구조조정기금을 거둬 외국사에게 운용을 맡겼다. 운용실적은 기금별로, 기간별로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 개별 금융기관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1999년 아리랑기금은 109.63%의 수익률을 올리며 3,6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한강기금은 30.81%에 1,378억원의 이익을 냈다. 반면 서울기금은 수익률이 6.09%에 그쳤고, 무궁화기금은 7.72%의 수익률로 2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배당은 아리랑 30%, 한강 15.02% 등 두 곳만 15% 를 넘었을 뿐 무궁화와 서울은 각각 8%와 7%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는 벤처에 대한 거품이 꺼지고 코스닥이 폭락하면서 주식투자에서 7,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5,5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낙관하기 어려운 미래= 3개 기금이 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에서 올해도 주가상승과 경기회복을 확신하기 어려워 기금에 출자한 금융기관은 추가 손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서울기금을 제외한 나머지 기금은 코스닥 업체와 비등록 업체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다. 아리랑기금은 투자자금의 60%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고 한강기금은 38%가 주식으로 이중 대부분이 등록 예정인 기업들이다. 때문에 코스닥시장의 회복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유일하게 상장돼 있는 한강기금의 주식이 순자산가치의 40% 할인된 선에서 거래되는 이유도 비등록 기업의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과 등록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확실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시와 경기가 살아난다면 원금 회복과 고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금회복도 쉽지 않다. 대형 보험사 자산운용 담당자는 "비등록 회사에 투자를 많이 한 기업구조조정기금은 벤처에 대한 거품이 꺼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수익률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 투자 원금 회복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 은행 관계자는 "대주주로 기금 조성에 앞장선 산업은행의 손실이야 정부가 증자로 메워주지만 다른 은행과 보험사에 대한 손실은 누가 책임 지느냐"며 "증안기금, 채안기금, 하이일드 펀드 등 정부의 정책에 따른 투자로 손실이 나도 모두 금융기관이 책임져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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