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제주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요즘 자신들의 책상에 새로 놓여진 ‘IP폰’의 사용법을 익히느라 여념이 없다.
커다란 컬러 액정화면(LCD) 외에는 구형 전화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던 이 전화기의 ‘위력’은 엄청나다. 서울 본사로 출장을 가더라도 간단한 로그인만으로 본사 전화를 마치 자기 책상의 전화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 자신의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서울에서도 그대로 받은 것은 물론 제주에서 팀 회의가 소집될 경우 수화기를 들고 음성으로 회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 사내 동료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 LCD에 발신자의 이름이 떠오른다.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다가도 상대방의 전화 아이콘만 클릭하면 자동으로 전화를 걸 수 있다.
기업의 통신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주인(전화 사용자)을 알아보고, 여러 업무 환경을 편리하게 바꿔주는 ‘똑똑한 전화’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사내 통신을 운용할 때 최대 목표는 비용 절감이었다. 숱한 기업들이 통신비를 아끼기 위해 인터넷전화(VoIP)를 도입했지만 구내 통신망만 인터넷망으로 대체하는 데 그쳐 이용 편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지난 7월 전사적으로 구축한 이른바 ‘IP 텔레포니’는 통신비용도 절감하고 업무환경까지 고도화할 수 있는 인터넷(IP) 기반 기업통신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서울 본사와 지역 및 해외 지사는 물론 자회사ㆍ계열사까지 사내 통화는 모두 무료다. 사원들은 로그인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자신만의 전화를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착발신 내역이 차곡차곡 저장되기 때문에 “전화 못 받았다”고 오리발을 내밀 수도 없다. 팀 또는 프로젝트별로 특정 임직원만 참여하는 음성ㆍ화상회의도 자유자재다.
IP텔레포니 시스템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의 양경호 부장은 “IP폰은 전화가 가능한 작은 PC라고 보면 된다”며 “기업이 원하는 특정 업무기능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SK C&C도 최근 입주한 분당 신사옥에 국내 최대 규모인 3,000여대의 IP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이 원격지에서도 IP폰을 자유롭게 쓰거나 화상회의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기간ㆍ별정통신 업체들이 착ㆍ발신이 가능한 ‘070 인터넷전화’를 이달부터 시작하면 기업내 통신인 IP텔레포니를 기업 외부와 연결하는 통신비용도 저렴해져 시장확산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