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산업자원부와 장관

지금부터 꼭 5년 전인 지난 2000년 12월30일 정가는 충격에 휩싸였다. 송석찬 의원 등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3명이 DJP 공동정권의 한 축인 자민련으로 이적했다. 신년 1월10일 장재식 의원이 뒤를 이었다. 그렇게 신년 정가는 ‘의원 꿔주기’로 시작했다. 4명의 국회의원을 대여받은 자민련은 숙원이던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고 DJP공조는 외견상 튼튼해 보였다. 그러나 그해 9월 한나라당이 제출한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자민련이 가세, 가결시킴에 따라 DJP공조는 붕괴돼버렸다. ‘국회의원 대여’ 막차를 탄 장재식 의원은 이적 2개월 만에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또다시 행보를 바꿨다. 장 의원이 입각하자 그의 능력과 자질에 상관없이 산자부는 ‘충성심’만 있다면 정치인이 갈 수 있는 부처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물론 산자부 직원들은 실세 장관이 왔다며 환영 일색이었으나 정치 역학에 따른 낙점에 대해 ‘산자부가 이렇게까지…’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5년이 흐른 요즘 산자부 장관자리가 다시 화제에 올랐다. 유시민 의원 입각파문으로 관심 밖에 다소 비껴 있으나 집권당 의장의 산자부 장관행은 사건이라면 사건이다. 정세균 의장의 입각에 온갖 해석과 풍문이 난무하지만, 어쨌든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해도 시원찮은 판에 경제부총리 휘하에 들어가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가장 높은 사람이 청와대의 아랫사람이 됐다’는 뜻에서 ‘청하(靑下)선생’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산자부야 부총리급 장관을 맞으니 좋겠지만 경제팀장인 한덕수 경제부총리 입장에서야 영 껄끄럽다. 사실 산자부는 개발독재시대를 지나면서 ‘힘없는’ 부처로 전락한 지 오래다. 힘깨나 쓸 규제를 상공부 시절을 지나면서 거의 없앤 탓이다. 요즘은 정책도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산자부는 내부 출신의 발탁도 기대하지만 당 의장 출신에 싫지 않다는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실로 오랜만에 산자부 출신이 경제팀장으로 발탁돼 한껏 주가를 올리더니 이제는 당 대표까지 맞게 됐다. 게다가 현직 장관은 교육부총리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래저래 산자부는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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