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증시 상승과 부동산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주가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주식시장의 활황이 주식 발행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에 기인하기보다는 부동산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또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투기심리를 부추겨 버블로 이어진다면 이제 막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주식시장의 활황은 버블이라고 봐야 하는가. 학자들간에도 버블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데 명확한 잣대는 없다. 극단적으로 버블은 터지기 전에는 버블이 아니라는 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판단으로는 아직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버블이라고 보기 힘들다. 첫째, KOSPI의 평균 주가수이익비율(PER)은 미국ㆍ일본ㆍ영국ㆍ싱가포르 등 선진 증시와 비교할 때 아직까지 저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좋아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지속적 매출 성장을 보여주고 있고 중소 벤처기업들도 해외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마케팅 및 자금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종속일변도에서 벗어나 보다 대등하고 안정적인 협력체제 구조를 이뤄가고 있다는 말이다. 셋째, 주식시장의 호황은 국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유동성 과잉과 관련돼 있다. 물론 유럽의 최근 금리상승에서 볼 수 있듯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된다면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이 같은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보다는 전세계적인 자산가격 상승은 내수를 증대시키고 이는 한국이 강점을 갖는 정보기술(IT) 제품들의 수요를 늘리므로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넷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이 확충되고 국가신인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주가상승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종합하면 최근 주식가격의 상승은 버블이 아니라 적정주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버블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 분산투자의 원칙을 무시하고 주식에 다 걸기를 하게 된다면 우리 경제가 안게 될 위험성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전세계적인 자산시장 호황 추세 하에서 주식시장만 그 혜택을 누릴 것이 아니라 여타 자산시장에도 골고루 자금이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주식ㆍ채권ㆍ은행예금 등으로 구성되는 금융시장은 낮은 금리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의 순기능을 회복시켜 자금이 융통되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된다. 부동산 규제의 핵심은 강남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 두어졌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같은 세금폭탄을 이용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부동산시장이 안정됐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됐다고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전세계적인 저금리와 유동성 과잉 하에서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데 이러한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직접 시장을 통제하려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최근 수년간 미국ㆍ영국ㆍ호주 등 선진국에서도 주택가격이 2배가량 오른 지역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부동산세제를 개편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자산가격의 인플레이션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정부는 주식시장의 호황이 기업 투자와 소비 진작을 통해 경기회복에 일조할 수 있도록 안정적 상승세를 뒷받침해야 한다. 또 투자자금이 어느 한 시장에 집중되지 않도록 시장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 필요하다. 버블과 풍선, 둘 다 커지기 전에 예방하고 사후적으로는 터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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