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12월 2일] 중국, 북한의 하청국가인가

때리는 놈보다 말리는 놈이 더 밉다고 했다. 겉으로는 말리며 위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상대방 편을 들면서 나를 헐뜯고 해치는 놈이 훨씬 얄밉다는 말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만행을 두고 중국이 하는 짓이 딱 그 꼴이다. 대국이자 북한에 가장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서의 책임 있는 역할을 하라는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에 등 떠밀려 싸움을 말리겠다고 나서기는 했는데 그 방법이 어이없다 못해 분통 터지게 만든다. 6자회담 재개, 말인즉슨 대화로 풀자는 것인데 지금 상황에서 그게 가당한 소린가. 뚱딴지 같은 6자회담 제안 대화는 갈등과 분쟁을 푸는 데 가장 좋은 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거기에도 순서와 때가 있다. 지금 주먹을 휘두른 놈은 의기양양하며 불벼락 운운 등 추가도발 공갈을 치며 날 뛰고 있다. 중재를 하겠다면 그 놈부터 자제시키는 게 먼저다. 그렇게 해도 맞은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한데 오히려 맞은 사람을 찾아와서는 참으라니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중국 같으면 그걸 받아들이겠는가 물어보고 싶다. 하긴 중국에 이성적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기대하는 게 애당초 무리였다. 연평도 포격은 북한의 도발이 명백하다. 그것도 민간인 주거지역에 포탄을 퍼부어 사망자까지 낸 전쟁 중에도 해서는 안 될 반인륜적 범죄행위다. 그런데도 중국은 이를 외면한 채 '서해상의 남북 상호교전' '사건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 '남북 양측의 냉정과 자제 유지' 등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이렇듯 객관적 진실에 눈을 감고 북한 편들기에 나선 그들에게서 제대로 된 중재안이 나올 리가 없다. 지난 28일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방한과 중국외교부의 긴급기자회견을 통한 '중대' 발표는 중국 정부의 상식과 윤리수준, 그리고 한국에 대한 그들의 시각이 어떤지를 명쾌하게 보여줬다. 당초 예정됐던 외교부장의 방한이 취소되고 그보다 격이 높은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특사로 왔다는 점에서 혹시나 했지만 생뚱맞은 제안으로 우리 속만 뒤집어놓았다. 6자회담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 이후 국면전환을 위해 재개를 요구해온 것이다. 그것을 중재안이라고 내세우려면 최소한 이번 사건에 대해 북한을 제어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했다. 백번 양보를 해도 민간인 사망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메시지라도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참으라며 대화로 해결하자는 이야기를 꺼내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다이빙궈에게 때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중국이 6자회담 제안을 중대발표라고 호들갑을 떨며 발표한 것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중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소통과 협력 강화를 희망했다고 하는데 행동은 전혀 딴판이다. 오만함이 느껴진다. 결국 중국의 움직임은 자기들도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적 제스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를 통해 북한이 원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하청국가 역할을 한 셈이다. 일방적 북한비호 중국에 도움될까 중국의 일방적 북한 비호는 한미동맹 견제 등 자국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 때문이겠지만 길게 보면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북한 편을 들수록 역내에서의 미국 영향력은 커지고 한ㆍ미ㆍ일 공조체제가 단단해질 것이다. 당장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까지 정찰ㆍ감시ㆍ작전반경에 둘 수 있는 미 항공모함을 서해로 불러들이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는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핵개발 강행은 일본의 핵보유 욕구를 자극할 것이고 이는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야만적 범죄행위를 두둔하면 중국도 그런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줘 각국의 비난과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우리로서도 한중 관계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하지만 중국이 하는 짓을 보면 그건 외교적 수사로서의 의미밖에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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