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고용지표, 경기 바로미터 되나

내수 비중 커진데다 산업구조 급속 변화<br>'후행성' 불명예 딛고 동행지수로 대접받아<br>경기흐름 파악위해 GDP보다 선호추세

미국에서 고용지표는 경기판단의 핵심 지표다. 반면 국내에서 고용지표는 경기후행지표인데다 내수비중도 적고 통계치도 불확실해 경기판단 지표로는 생산 및 수요 동향지수 등 주요 선행지표에 비해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산업구조가 변하고 내수비중이 확대되면서 고용지표가 경기후행지수에서 경기동행지수 성향으로 근접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고용지표가 점차 경기의 바로미터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의미다. ◇미 고용지표는 최우선 ‘경기 신뢰지수’=미국은 전통적으로 경기 판단에 있어 고용지표를 가장 신뢰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2를 소비가 차지하는 등 고용이 경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용이 위축되면 소비경기가 나빠지고 다시 경기둔화로 이어지는 식이다. 김갑식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구미경제팀장은 “미국에서 소비 흐름은 고용지표와 주택가격 두 가지로 판단한다”며 “고용지표는 사실상 경기선행지표 성격을 띤다”고 말했다. 미 투자은행(IB)이 중시하는 고용지표는 크게 3가지. 매달 발표되는 비농업취업자수와 실업률, 주간 지표인 실업청구건수다. 최근 미국의 3월 고용지표가 발표됐다. 비농업취업자수는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2월에 비해 0.3%포인트 급등했다. 또 주간실업청구건수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2005년 9월 이해 최대 수준인 40만건을 상회, 고용시장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미 경기가 침체권으로 진입했음을 3월 고용지표가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고용시장 위축이 결국 본격적인 소비시장 둔화로 이어져 2ㆍ4분기 중 미국 경기침체폭을 깊게 만들 것이라는 염려에서다. 반면 유럽은 미국만큼 고용지표를 중시 여기지 않는다. 워낙 출산률이 낮고 사회보장제도가 발달돼 있어 노동인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에서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 중이어도 경기는 웬만큼 버티고 있는 점이 이를 잘 반영해준다. 일본 또한 수출 비중이 크고 고용이 유연하지 않아 경기판단에 있어 고용지표보다는 생산지표를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 고용지표 경기 바로미터되나=국내 경제연구소나 전문가들은 그동안 경기 움직임 파악에 고용지표를 중요하게 활용하지 않았다. 고용은 통상 경기가 진행된 1ㆍ4분기 뒤에나 나타나는 대표적인 후행지표이고, 선진국과 달리 GDP에 기여하는 내수 비중도 적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의 진폭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성향을 보였던 고용 통계치가 국민들의 체감지수와 괴리를 보였던 점도 고용지표가 인정받지 못한 주요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고용지표가 점차 경기의 바로미터로 자리잡아 가는 모습이 엿보이는 등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경제성장에 수출보다 내수 쪽 비중이 커지면서 고용지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소비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이제 고용지표 파악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원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GDP 수치로 많은 부분이 설명이 됐지만 요새는 IT산업 발달 등 산업구조가 변해 기업이 증가해도 고용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확한 경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선 단기적으로 GDP보다 고용지표를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용지표가 선진국처럼 경기흐름과 밀접한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종건 한은 조사총괄팀장은 “내수의 GDP 기여도가 2006년을 기점으로 수출을 따라잡으면서 고용지표가 후행에서 동행 성향으로 근접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고용지표는 대표적인 후행지표 중 하나였는데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선행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실제로 국내 고용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좋아질 것 같지 않다”며 고용지표를 통해 경기 예측이 가능해졌음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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