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한해의 소망을 기원한다. 기원하는 소망은 각자의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집 없는 서민들에게는 아마도 내집마련이 가장 큰 소망이 아닐까 싶다.
특히 금년에는`서민대통령`을 표방한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만큼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은 더욱 부풀어 가고 있다. 그런데 새해 들어 지상에 보도되는 내용들을 보노라면 이런 서민들의 꿈이 여지없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이 높은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담보대출 한도축소 등의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데 이어 기존 대출금의 회수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 같은 조치는 부동산가격의 하락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게 은행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시에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추고 대출금을 회수하면 사전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던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졸지에 날벼락을 맞는 꼴이다.
주택시장의 혼란과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대출금을 갚기 위한 급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집값 폭락과 함께 시장상황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은행대출로 어렵사리 내집을 마련한 서민들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집값이 떨어지면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IMF 이후의 집값 폭락 때도 경험했듯이 결국에는 서민들의 내집마련 보다 돈 있는 사람들의 투자수단으로 이용되기 십상이다.
주택공급을 담당해온 업체 입장에서도 그간 수요자들에게 중도금 등의 대출을 통해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지원해 왔지만 앞으로는 그런 상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금이 조금 모자라도 중도금 대출이나 은행대출을 기대하며 내집마련의 꿈을 키웠던 서민들이 기댈 곳은 이제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무주택 서민을 가장한 일부 투기세력들의 책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정부 주택정책의 혼선에 더 큰 원인이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이 사태를 여기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이 거의 유일한 금융지원수단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주택금융이 선진국처럼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담보대출의 장기대출 전환 등 내집마련을 위한 다양한 금융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김문경(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