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우리금융, 처음부터 매각조건 까다로워…"목표 명확히 할 필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조짐이다. 유력한 인수 후보자였던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입찰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잔뜩 속도를 내던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은 다시금 새로운 계획표를 만들어야 할 운명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을 돌리고 우리금융컨소시엄마저 기권하면서 정부가 그려오던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은 사실상 백지로 돌아갔다. 뚜렷한 대안이 없는 정부로선 입찰 무산을 선언할 수 밖에 없지만 정권의 임기와 맞물릴 경우 자칫 우리금융 민영화는 또 다시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열악한 환경, 양립하기 힘든 요구조건=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내건 3대 원칙(요건)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속한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다. 문제는 여기에 내재돼 있다. 회수자금을 극대화시킨다는 목표와 민영화를 조속히 진행한다는 목표가 양립하기 쉽지않다는 점.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서두르다 보면(조속한 민영화) 정부든 매입희망자든 일정 수준이상의 양보가 불가피하다. 쉽게 말해서 정부가 욕심을 부려 매각가격을 잔뜩 높일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기 힘들다는 의미다. 가장 바람직한 환경은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는 희망자가 다수 등장해서 서로 경합하며 가격을 높이는 상태다. 하지만 자격이 불충분한 외국자본에 대한 금융시장 진입장벽이나 제조업에 대한 금산분리 원칙 등으로 우리금융 M&A는 출발부터 인수 가능한 대상자가 극소수일 수 밖에 없다. 금융계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매각작업이 차질을 빚은 것은) 상대적으로 매각 조건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 정부 주도 M&A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라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신속한 민영화라는 두 가치는 사실 양립하기 어려운데 처음부터 시기를 정해놓고 M&A 마당을 펼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영권 프리미엄 요구 “출발부터 무리였다”= 이번 사태의 뇌관으로 작용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의 골간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입찰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난달 26일 마감한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 결과 이미 입찰 성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리금융(경남·광주은행 제외) 입찰에 참가 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총 11곳. 우리사주조합 등 우리금융 과점주주 컨소시엄 3곳과 보고인베스트먼트, 어피니티 등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 5곳, 맥쿼리 등 외국 금융회사 3곳이다. 국내법상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외국계 PEF는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돼 9%이상의 지분 취득이 제한된다. 또 이들 PEF가 제조업체에 투자했다면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4% 이상 금융지주사 지분을 인수할 수 없다. 따라서 처음부터 이들은 경영권 인수후보가 되지 못했다. 그나마 국내 PEF들은 수 조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을 조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금융 매각 작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나머지 투자자들은 대부분 사모펀드들인데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은행 지분을 넘기는 것은 국민적인 반대 여론이 있고 국내 펀드들은 돈이 별로 없다”면서 기존 인수후보자들 중에는 대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등장한 우리금융 과점주주 컨소시엄에 대해서도 정부는 처음부터 매각 프리미엄을 기대하지 않은 듯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현 경영진의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만큼 자금의 속성상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우리금융을 인수하기는 어렵다”며 “처음부터 유력한 인수후보로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참에 우리금융 민영화작업에 대한 목표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시장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한 여러 의혹과 시비의 소지를 떠안고 굳이 무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읽힌다”며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현실적인 잣대에서 재정리할 필요가 커졌다”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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