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조세개혁·재정확대 의지 시사 주목

양극화 해소 사회통합에 연설 대부분 할애<br>정치현안·북핵 등 외교안보문제 언급 없어<br>내달 '미래구상' 발표서 구체해법 제시할듯

노무현 대통령의 18일 신년 연설은 양극화로 시작해 사회통합으로 끝을 맺었다. ‘책임 있는 자세로 미래를 준비하자’는 주제에서 알 수 있듯 이날 연설에서 나타난 신년 국정운영의 요지는 양극화 해소를 통해 미래에 다가올 위기를 대비하겠다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정치 현안은 아예 언급조차 없었고 당면한 과제인 북핵 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방향도 제외됐다. 사교육비 감축, 부동산 투기 방지에 대한 정책 의지도 피력했으나 이들 문제는 결국 양극화로 수렴된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양극화가 심화될 경우 국민통합을 위협할 수 있고 미래의 위기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기에 신년 연설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노 대통령이 다소 진부한 듯한 내용을 신년 연설이라는 상징성이 강한 자리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는 2월25일 즈음 발표할 ‘미래구상’에 앞서 분위기 띄우기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다음 수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라는 시각이다.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과 해법 마련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부터 형성하자는 취지다. 관심은 노 대통령의 다음 수순이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법으로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으나 처방은 다소 빈약하다. 노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관리하고 중소기업ㆍ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했으나 원칙론에 불과하다. 양극화의 해법은 결국에는 재원마련의 문제로 귀결된다. 물론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재정확대 및 조세개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일자리ㆍ사회안정망 구축ㆍ미래 대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며 “재정의 효율성을 아무리 높여도 지출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예산절약과 탈세방지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나 이런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영주 경제정책수석은 “당장 세금을 올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시스템과 조세개혁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양극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적 동의를 받아 증세를 골자로 한 조세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1월25일 기자회견에서 재정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구한 뒤 취임 3주년인 다음달 25일 전후로 예정된 ‘미래구상’ 발표에서 조세개혁 등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8월25일 TV방송을 통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조세부담률이 높을수록 건강하고 좋은데 이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며 증세론을 피력한 바 있다. 정부는 역시 이에 발맞춰 소득세 포괄주의를 도입, 과세대상을 50%에서 70%선으로 확대하고 비과세ㆍ감면 등 조세특례를 대폭 폐지하는 내용의 장기조세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노 대통령이 신년 국정운영의 화두로 던진 양극화 해소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작은 정부ㆍ감세론에 비중을 두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조차 선거를 의식, 증세에 부정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2월 전당대회와 5월 지방선거 후 대권 주자간의 경쟁이 격화되고 여권 내부의 원심력이 강해질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잔여 임기 중 노 대통령이 미래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권과 일정 거리를 두거나 심지어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않다. 한편으로는 노 대통령이 ‘역발상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다’고 스스로 밝혔듯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은 ‘미래구상’의 제시가 지지층을 결집하고 개혁세력의 재집권에 한발 다가가는 ‘역설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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