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2월27일] 메수엔 조약


1703년 12월27일, 리스본. 영국과 포르투갈이 메수엔 조약(Methuen Treaty)을 맺었다. 골자는 군사동맹과 자유무역.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에서 프랑스 편이던 포르투갈은 이 조약으로 영국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경제종속은 더 심했다. 경제사가인 찰스 킨들버거는 포르투갈의 쇠락 원인으로 이 조약을 꼽는다. 메수엔 조약에 명시된 경제조항은 특혜관세. 영국산 양모와 포르투갈산 와인을 서로 무관세ㆍ저율관세로 수입한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은 조약을 반겼다. 수출 증대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생각대로 와인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너나없이 다른 작물을 제쳐놓고 포도를 심었지만 호황은 금세 지나갔다. 경쟁국 프랑스가 와인 가격을 내리면 출혈수출 외에 방도가 없던 탓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1786년 이든 통상협정을 맺은 후에는 사정이 더 나빠졌다. 경쟁우위라고 믿었던 농업 부문의 적자구조는 다른 분야를 키울 여력도 갉아먹었다. 양모뿐 아니라 영국의 값싼 공산품이 밀려와 제조업 기반도 사라진 터. 포르투갈은 산업화ㆍ근대화의 기회를 놓쳤다. 상황 악화에도 포르투갈 왕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식민지 브라질이 쏟아낸 금에 취해서다. 18세기 중반까지 연 1~3톤씩 생산되던 브라질산 금은 영국 제품을 사는 데 들어갔다. 브라질의 금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석조궁전이며 교회마저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파괴된 후 포르투갈은 끝없는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메수안 조약으로 포르투갈이 건진 것은 단 하나. 특이한 향으로 유명한 포르트 와인(Port Wine)뿐이다. 그마저도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창조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메수엔 조약은 비교우위 논리와 자유무역의 함정에 빠진 약자의 말로를 말해준다. 남의 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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