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이 오는 28일 예정인 이명박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투자보따리’를 더 과감하게 풀 분위기다.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는 특히 그동안 특검수사 등으로 경영계획 발표를 미뤄왔던 삼성그룹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투자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30대 그룹의 투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25일 “28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이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는 그룹별로 투자 계획과 애로 사항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주요 그룹의 투자계획 자료를 취합하고 있는데 3월 말 조사 때보다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라는 기업이 많아 재계 전체의 투자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간담회에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을 구성하고 있는 재계 총수들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중소ㆍ벤처기업 대표 등 20여명이 참석한다. 이건희 회장 퇴진 이후 삼성그룹의 얼굴 역할을 맡게 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도 첫 대외 무대에 오른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기업 총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더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표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가시적인 규제완화와 투자 진작 대책 등을 감안해 국내투자를 늘리겠다는 그룹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특검수사 등으로 미뤄왔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그 규모를 지난해보다 대폭 높여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이날 1ㆍ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1조원 이상의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올해 삼성그룹의 전체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지난해 22조6,000억원을 투자했던 삼성그룹이 올해에는 투자를 27조~28조원가량으로 늘릴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 설비와 해외 광산 개발 등을 중심으로 8조원(계열사 포함)의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지난해(4조5,000억원)보다 8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또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일관제철소 건설과 신차 개발에 따른 생산라인 합리화 등에 지난해(7조원)보다 3조원 늘어난 10조원을 투입한다. 공격경영과 변신을 경영키워드로 삼고 지난해 7조원을 투자했던 SK그룹도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인 8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SK는 차세대 통신 기지국 건설과 에너지 개발,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하게 된다. SK는 한해 1,500명 정도 뽑고 있는 채용 인원도 더 늘릴 방침이다. LG그룹은 8세대 LCD라인 건설과 차세대 이동통신 개발 등에 모두 1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는 지난해(7조7,000억원)보다는 45% 늘어난 규모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규제 완화 등을 감안해 투자액을 지난해(2조2,760억원)보다 28.3% 늘어난 2조9,200억원으로 책정했고 한화그룹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투자액을 100% 확대했다.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당초보다 늘리기로 함에 따라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 규모는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30대 그룹의 투자액(75조4,800억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이고 전경련이 3월 말 조사한 투자 금액(92조8,311억원)보다 8% 이상 증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