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0월 29일] 기업에 창의와 자율의 기회를

2008년 현재 대한민국은 급작스럽게 찾아온 경제불황에 모든 산업이 정체 또는 후퇴되고 있는 느낌이다. 생존이 최우선 과제가 돼버린 지금 고유한 정신적 가치는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지속가능성ㆍ공공성ㆍ창의성ㆍ개성ㆍ자율ㆍ디자인’ 등 경제 호황기에 화두가 됐던 트렌드 역시 현재는 논외의 대상이다. 부동산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현재 부동산 업계는 사상 최악의 불황 속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물론 건설 업계가 호황의 달콤함 속에서 미래를 대비하지 못함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점도 있다. 다만 지속적으로 강화돼온 정부의 규제정책 속에서 건설사들이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웠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일례로 민간으로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는 기업들에 원가절감이라는 최우선적 대책을 앞세우게 함으로써 자율과 창의적인 발전의 기회를 잃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처해야 할 현실이 너무 벅찬 상황에서 창의성과 자율ㆍ디자인 등은 뒤돌아보기에 너무 어려운 과제다. 그런 와중에 한편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디자인과 공공성을 강조하며 참여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분양가상한제로 서민들은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고 쉬워졌을까. 서민의 하나인 나로서는 뭐가 달라진 것인지 알지 못하겠다. 주거를 투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생활의 공간으로서 본연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철학이 바탕이었다면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보다는 정부가 바뀌고 정치적 목표가 달라지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임시방편적인 정책이 아니었나 반성해볼 일이다. 공공과 민간의 영역에는 각각의 기대역할이 있다. 공공적 가치를 선도적으로 제시하면서 사회 전체의 균형을 찾아주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공공 부문의 할 일이라고 본다. 공공 부문이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민간에 그 역할을 종용하는 형국이 돼서는 안 된다. 민간 부문은 자율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제시하는 역할이 있다. 따라서 민간에는 창의성과 디자인의 다양성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영역에서 주어진 기대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때만이 통합 에너지인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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