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에 '추수감사절 깜짝 선물' 되나

■ 글로벌경제 영향은

'저유가=세 감면' 효과에 정치·외교서도 반사이익

원유수입 한·일·유럽 수혜… 러·加 등은 통화가치 폭락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무산은 한국을 비롯한 원유 수입국들의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셰일혁명이 일어난 미국의 경우에도 유가하락에 따른 손실보다는 소비증가 등의 효과가 더 크고 정치·외교적으로도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어 '뜻밖의 선물'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반면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일제히 환율 가치가 추락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이날 OPEC의 결정이 알려진 직후 세스 클레인만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는 'OPEC으로부터 온 추수감사절 선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미국 운전자들은 휘발유 값을 더욱 아낄 수 있게 됐다"며 "(OPEC 회의에 따른) 긴장은 (셰일가스 개발지인) 노스다코타와 텍사스 일부분에만 해당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록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이번 결정이 이른바 셰일혁명이라 불리는 미국의 셰일 유전을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미국 경제 전체를 감안할 때 이번 OPEC 회의에 따른 유가의 추가 하락으로 얻는 이득이 더 크다는 것이다. 실제 골드만삭스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의 유가하락으로 미국 경제는 이미 750억달러 상당의 세금감면 효과를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제조업체 및 농장주 등도 연료 가격 하락으로 생산 및 물류 비용을 더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경제적 수혜 말고도 미국은 정치·외교적으로도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번 OPEC 회의 결과로 미국의 적대국인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이 모두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에서 미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파이낸셜포스트는 전했다. 또 최근 미국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인 중동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주요 수입원인 원유 판매 소득도 줄어들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못지않은 압박수단을 얻었다고 마이클 클레어 뉴햄프셔대 교수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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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미국뿐 아니라 대규모 원유 수입국인 유럽과 일본도 유가의 추가 하락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높은 에너지 국고 보조금 제도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인도·인도네시아 등도 유가 약세를 틈타 에너지 부문 개혁을 단행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우리나라 역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하락하면 국내총생산(GDP)은 0.27%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조선 정유 등의 일부 업종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가 경제에서 원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전체 수출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달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권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OPEC 쇼크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외환시장에서 지난 3개월간 30% 넘게 폭락한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이날 달러 대비 3.2% 하락한 48.58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유 및 석유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국가 전체 경제(GDP) 규모의 20%에 달하는 노르웨이의 크로네화와 캐나다 통화(캐나다달러) 가치도 이날 각각 1.72%, 0.95% 떨어졌다.

글로벌 기업들도 승자와 패자가 엇갈리고 있다. 이날 BP 등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한 반면 유가하락의 수혜주인 항공주는 큰 폭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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