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약육강식 현실' 살아가는 우리 모습 담아

김훈 장편 현대소설 '공무도하' 출간

김훈


소설가 김훈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공무도하'(문학동네 펴냄)가 출간됐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 비장한 문체로 역사소설을 써온 그가 오랜만에 시선을 현재로 돌렸다. 95년에 출간된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에 이어 두번째 장편 현대소설인 셈이다. 제목은 강을 건너다 세상을 떠난 백수광부와 그를 따라 물에 빠져 죽은 여인의 애처로운 광경을 묘사한 시 '공무도하(公無渡河)'에서 빌려왔다. 저자는 강 건너편을 피안(彼岸)의 세계로 보고 소설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작가의 말을 통해 저자는 "백수광부의 사체는 하류로 떠내려갔고, 그의 혼백은 기어이 강을 건너갔을 테지만, 나의 글은 강의 저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라고 밝혔다. 기자 문정수, 출판사 직원 노목희, 정처없이 떠도는 장철수, 인명구조대원 박옥출, 남편과 이혼하고 식당에서 일하는 오금자,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에 온 후에 등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서해안 어느 바닷가 마을 '해망'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모이게 해 또 다른 사건으로 끌어들인다. 이들은 모두 강을 건너지 못하고 약육강식이 판을 치는 현실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들의 삶을 통해 세상에는 절대 선(善)이나 절대 악(惡)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실리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말한다. 좋은 일을 하는 인명구조 특공조장 박옥출은 화재 현장에서 귀금속을 훔쳐 부자가 되고, 기자 문정수는 이를 보고도 슬쩍 눈감아 준다. 베트남 출신의 후에에게도 동정표를 던질 필요는 없다. 그녀는 살기 위해 한국에 와서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된 인물이다. 낯익은 비극적 사건들이 계속되는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지만 저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오금자, 장철수, 후에 등이 집 주인이 떠난 빈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인간은 함께 살아 나갈 수 있으며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 가는 게 인생의 과정이라고 넌지시 말한다. 공무도하는 그의 역사소설 보다는 문체가 간결해 읽기에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마음 속에 남는 비장함은 전작 못지 않다. 책은 5월1일부터 9월 25일까지 5개월 동안 포털 네이버에 연재한 내용을 단행본으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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