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뤄시허, 헛수를 보다

제11보(172~200)


쌍방이 겁나는 진행이다. 백대마가 살면 백의 대승이요 잡히면 물론 흑의 대승이다. 검토실 여러 고수들의 여론을 ‘산다’였다. 흑의 포위망에 너무 약점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쨌거나 최철한은 흑79까지 일단 탈출로를 봉쇄하고 보았다. 그러나 검토실의 바둑판 위에는 백이 사는 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었다. 백이 86으로 참고도1의 백1 이하 7의 수순을 밟으면 간단히 살아 버리며 ‘동시에 바둑은 끝’이라는 결론까지 나와 있었다. 그런데 뤄시허는 그 쉬운 수순을 밟지 않고 실전보의 백86으로 젖혔다. 그는 헛수를 보고 있었다. 뤄시허가 회심의 피니시블로라고 믿었던 것은 백92였다. 그는 참고도2의 흑1 이하 10을(7은 4의 자리 이음) 필연이라고 읽었다. 큰 패가 나는데 팻감이 여럿 있으므로 흑이 돌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철한이 누구인가. 당대의 절정 고수 아닌가. 뤄시허의 일방적인 수읽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실전보의 흑93으로 슬쩍 물러나 버리니 뤄시허는 갑자기 닭 쫓던 개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참 숨을 몰아쉬며 분을 삭이던 뤄시허는 거친 손동작으로 백94 이하의 수순을 밟아나갔는데…. 과연 백에게는 어떤 수단이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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