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문형 랩 '뭉칫돈 블랙홀'

부동산 침체·증시 불확실성 커지자<br>시중 유동자금 수익성 좇아 대이동<br>월평균 4,000억원 이상 빨아들여


증권사의 자문형 랩어카운트(전문 자산관리서비스)가 매달 4,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빨아들이며 시중 유동자금의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이탈한 자금과 펀드 환매자금이 수익성을 좇아 증권사의 자문형 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미 고객들과 계약한 수익률을 달성해 조기 상환한 경우도 상당수에 달해 실제 유입 자금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자문형 랩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 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현재 자문형 랩 상품 잔액은 1조9,89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만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자문협 랩 상품으로 몰려들었으며 올 초 잔액이 5,873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4월부터는 자금 유입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 4월 3,600억원이 늘어난 데 이어 5월에는 4,800억원, 지난달에도 4,200억원이 추가 유입되는 등 최근 3개월간 월평균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이 7,500억원(잔액기준)으로 가장 많았고 ▦미래에셋증권 3,204억원 ▦한국투자증권 2,923억원 ▦우리투자증권 2,706억원 ▦하나대투증권 2,30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자문형 랩의 확산은 전체 랩어카운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랩어카운트 잔액은 27조3,70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5조4,000억원이나 증가했고 고객 수도 50만명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도 자문형 랩이 당분간 빠른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식ㆍ채권 시장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이탈된 시중 유동자금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자문형 랩으로 눈길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증권사에서는 약 100억원 정도가 1년도 안 돼 목표수익률을 달성해 중도 상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직접 투자하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보유 자금을 그대로 놀릴 수는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일부 상품의 경우 수익률이 상반기에만 20~3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0.9%에 불과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자문형 랩 가입자 중 상당수는 그동안 증시보다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던 고객들"이라며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에는 손해가 나는 게 두렵고 마땅한 투자처도 찾지 못하다가 투자자문사들이 운용하는 랩 상품의 수익성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문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펀드에서 대규모로 빠져나온 자금 중 상당수가 자문형 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고 일선 지점장과 전문자산관리사(PB)들도 랩 상품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어 증가 속도가 당분간 줄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의 한 증권사 지점장은 "최근 펀드 환매고객 중 절반가량은 자문형 랩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며 "대부분 증시의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주식시장에서 장기보다는 일정 수익을 빠른 시간 안에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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