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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중구 IGM세계경영연구원 강당에서 열린 제1회 창업사관학교 졸업식. 새치가 희끗희끗 난 한 초로의 신사가 걸어나와 20~30대 젊은 창업가들과 함께 수료증을 받았다. 그는 웅진그룹의 부침이 컸던 2012년 말 웅진케미칼을 떠났던 박광업 전 부회장이었다.
현재 그의 나이는 63세. 새내기 창업기업가로 돌아온 박 전 부회장은 더 이상 '샐러리맨 신화'가 아닌 '중장년창업의 성공신화'를 꿈꾸고 있다. 그는 5년 내 연매출 500억원대 소재 전문기업을 목표로 산업용 섬유 수출기업인 P&S글로벌을 세웠다.
박 전 부회장은 "제일합섬이 새한으로, 또 웅진케미칼로 변신하기까지 30여년간 섬유·소재업에 몸담았고 부회장까지 올랐지만 늘 마음속에 창업에 대한 꿈이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더 이상 이룰 것이 무엇이냐고 하지만 100세 시대에 창업은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도전이고 지금부터가 진짜 도전"이라고 힘줘 말했다.
4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사업자 105만2,329명 중 40대 이상 중장년층 창업자는 67만2,425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창업 등으로 경제수명을 늘려가는 경력을 살린 창업자의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 보고서(2010~2013)'에 따르면 11년 이상 창업 관련 분야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창업자의 비율은 2011년 36.1%에서 2012년 38.9%, 지난해 44.8%로 높아졌다.
그러나 부동산임대업·음식업·소매업 일변도의 창업형태는 여전하다. 지난해 40세 이상 신규 창업자의 업종별 분포를 보면 제조업의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와 달리 부동산임대업·음식업·소매업의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손쉬운 창업에만 매달리는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부회장은 "사람들은 중년창업이라고 하면 프랜차이즈 음식점부터 떠올리는데 은퇴한 중장년층이 경력을 살린 양질의 창업에 도전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창조경제 시대에 청년창업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중장년창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