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인터뷰]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 >>관련기사 "역사적 관점에서 주가수익률(PER)을 관찰할 때 뉴욕증시는 더 하락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90년대 뉴욕증시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할 때 뉴욕주가의 거품이 붕괴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현재의 미국 경제가 또다시 침체,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다우존스 지수가 6,000 포인트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쉴러 교수는 "최근의 '신용의 위기는 90년대 기업들이 스타 경영자를 초방해 높은 스톡옵션을 주면서 주가를 관리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커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있는 예일대 캠퍼스를 찾아 그를 만나보았다. -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의 PER(주가수익률)이 지난 120년 사이에 가장 높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의 PER은 1929년 대공황 직전보다 높습니다. 대공황 때처럼 뉴욕 주가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 뉴욕 주가는 제가 그 주장을 한 이후 이미 많이 내려갔습니다. 나스닥의 경우 사실상 붕괴했습니다. 뉴욕 증시 붕괴의 시나리오는 있을수 있는 일입니다. 아직도 뉴욕 증시의 PER은 역사적 기준으로 높습니다. 저는 아직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가능하다고 봅니다. 블루칩 지수인 S&P 500 지수가 1,000 포인트 이하로 내려갔지만, 아직도 뉴욕 증시는 고평가돼 있습니다. 지금의 미국 경제는 기업 수익 저하에 의한 경기침체입니다. 기업 수익이 아주 빠르고 급속하게 가라앉았지만, 경기 침체가 완만했기 때문에 주가가 수익 저하 속도만큼 하락하지 않았고, 따라서 오히려 PER이 올라간 것입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항상 기업 수익이 조만간 올라간다고 주장을 하면서 주가 하락을 막았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걱정되는 분야는 보지 않으려고 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려고 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주가 거품 시대에 기업 경영자들은 주가가 올라가는데 신경을 쓰고, 장부를 좋게 하는 등 외적 모양새에만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지난 90년대에 일어난 일을 돌이켜보면, 기업인들이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단기 이익에 급급했습니다. 단기적으로 장부를 좋게 만들기 위해 근로자를 해고했지, 장기적으로 기업 수익을 늘리는 대책에는 소홀히 했습니다. 기업들은 나쁜 공식에 몰두했던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단기수익을 올리느냐에 혈안이 돼 있었습니다. - 올들어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기업 수익도 개선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할수 있습니까. ▲ (주가) 거품은 몇 년에 걸쳐 형성되고, 또 몇 년에 걸쳐 가라앉습니다. 사람들은 하루의 주가 폭락을 많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공황의 시발점인 1929년 10월 또는 지난 87년 10월의 블랙 먼데이가 바로 그 예입니다. 그러나 하루의 폭락은 곧바로 회복될수 있습니다. 대공황 때도 다음해 주가가 상당히 회복했고, 블랙먼데이 때도 그랬습니다. 저의 주장은 몇 년에 걸친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경향을 말하는 것입니다. 증권시장이 애널리스트들의 주장대로 단기적으로 급등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주가는 여전히 고평가돼 있고, 기업 수익은 저하되고, 주가는 내려갈 것입니다. 미래를 속단할수 없고, 아무도 예측할수 없습니다. 다만 저의 베팅은 앞으로 몇 년간 주가가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 그러면 앞으로 몇 년동안 더 내려갈 것 같습니까. 아마(could be) 10년 동안 내려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지난 90년대에 주식시장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상승했기 때문에 하락장세도 그만큼 계속된다는 의미입니다. - 주택시장에도 거품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미국의 주택시장은 지난 90년대에 아주 빠르게 상승했고, 아직도 오르고 있습니다. (벤처열풍이 불었던) 샌프란시스코 일대만 주택 가격이 빠지고 있을뿐 아직 강세입니다. 뉴욕도 9ㆍ11 테러후 약간의 하락세가 있었지만, 여전히 강세입니다. 저는 주택시장도 언젠가 주식시정처럼 거품이 빠질 것으로 봅니다. -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의 거품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대체로 많은 사람들은 주식 거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택 가격도 그동안 많이 올랐습니다. 주식은 부자들이 많이 소유하는데 비해 주택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유하는 분산된 재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구 전체로 보면 주식은 부자들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보다 많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주식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돈을 빌려 주택을 사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린 것도 주택시장 강세에 일조했습니다. 주택금리(모기지론)가 내려가면서 이미 상당한 양의 주택자금이 시중에 흘러나갔는데도 더 많은 자금이 흘러나가고 있습니다. 주택자금을 빌린 사람도 저리의 금리를 빌려 높은 이자를 갚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주택이 더 큰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가져다 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기침체가 완만했기 때문에 주택가격은 더 상승했습니다. -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올랐는데요 주택시장 과열이 더 갈 것으로 봅니까. ▲ 예,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봅니다. 주택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테러가 있었고, 기업인들의 부패가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자, 기업(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주택을 더 안전한 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9ㆍ11 테러가 주택가격을 더 상승시켰습니다. 테러가 나니까 집이 가장 안전한 투자수단으로 부각됐습니다. 예를 들어 여기(뉴헤이븐)에 사는 저는 뉴욕의 고층건물에 사는 사람보다 (테러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까.(웃음) -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미국 경제가 두번의 침체를 격을 것이라며 더블딥 이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더블딥 가능성을 40%로 보고 있는데요. ▲ 그가 40%라고 보면 저가 보는 더블딥 확률은 그 이상입니다. 문제는 소비와 주택시장이 현재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미국인의 저축률이 낮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보증력이 약한 것이지요. 또다른 문제는 미국의 경제가 대부분 두번의 침체가 진행된후 회복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91~92년 침체때는 더블딥이 없었는데, 빌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할 무렵인 93년초에 거의 침체에 가까운 경기둔화가 있었습니다. 경기 회복후에도 실업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더블딥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전히 실업률은 높아지고, 기업의 투자는 회복되고 있질 않습니다. 소비자 신뢰도 낮아지지 않습니까.더블딥 가능성이 있습니다. - 그렇다면 FRB가 또한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습니까. ▲ 문제는 현재 FRB의 연방기금금리가 1.75%로 일본의 금리 수준에 근접했다는 사실입니다. FRB가 대단히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렸습니다. 지난해 경기침체가 완만했는데도,금리 인하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주택금리를 낮추는데 성공했지만, 기업 투자를 살리고, 주식시장을 상승시키는데는 실패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FRB가 금리를 내리면 주가가 올라간다고들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의 금리가 일본 금리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에 더 내리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지난 96년말에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을 경고했을 때 일본 주식시장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일본은 80년대말의 주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침체가 시작됐고, 제로금리까지 유도했지만 현재에 이른 것입니다. 미국 경제는 현재 증시 거품이 꺼지는 단계에 있고, 이 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 80년대 일본의 증시 거품과 90년대 미국의 거품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첫째, 미국은 은행 시스템이 일본보다 잘 규제돼 있고, 잘 짜여져 있습니다. 둘째 일본의 주가(80년대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높았습니다. 일본의 거품이 미국보다 더 부풀어 올랐던 것이지요. 80년대에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신뢰를 가진 경제로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일본 증시의 전체 시가총액이 미국보다 컸고, 세계 20대 은행의 절반을 일본이 차지했습니다. 일본의 거품은 일본으로 끝났지만, 지금은 미국 증시의 거품이 문제라는 점입니다. - 그린스펀 의장이 96년말에 증시 거품을 우려했을 때 당시 다우존스 지수는 6,400 포인트대였습니다. 그때 PER은 20 이하였고, 지금은 20을 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우존스 지수를 기준으로 주가가 6,000 포인트 이하로 떨어져야 한단 말입니까. ▲ 확실히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5,000 포인트 이하도 가능하겠지요.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현재의 기업 수익이 96년보다 낮다는 사실입니다. S&P 500 지수의 과거 PER 평균은 14였습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애써 잊으려고 하는데, 그게 문제입니다. - 엔론 사태이후 타이코, 월드컴등에서 회계 분식, 주가 조작등 화이트컬러 범죄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신용의 위기'가 90년대 증시 거품의 결과라고 봅니까. ▲ 그런 일은 주가가 거품처럼 부풀어 올랐을 때 흔히 있는 일입니다. 192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기업 부정은 전체 기업의 1% 미만에서 발생한 일이고, 큰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뉴스에 보도되는 그런 일이 있을수 있느냐고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일로 인해 증시가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의 일부 기업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고, 투자한 돈을 빼내가고 있습니다. 저는 회계 조작이니 하는 현재의 문제들이 그동안의 기업 경영관행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90년대 증시에 거품이 커져갈 때 기업의 분위기는 전통적인 경영인을 배척하고, 외부에서 스타 경영자(CEO)를 초빙해, 그들에게 엄청난 봉급을 주고 주가를 높게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타급 경영자들은 기업의 장기 비전이나 충성도에는 전혀 관심없었고, 주가를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스타 경영자와 엄청난 스톡 옵션이라는 두가지가 경영자로 시장 수익률에 치중하게 했고, 이런 경향이 지난 10~20년 동안 시장 지향적이라는 명분 아래 형성됐던 것입니다. 뉴헤이븐=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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