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中企 '환율 숨통' 터줘야

원ㆍ달러 환율이 940원대 내외까지 떨어지면서 올초 만났던 경기 안산 가전업체의 이모 사장과 얼마 전 다시 자리를 했다. 당시 환율이 1달러당 980~990원대였는데 “수출이 매출의 50%라 환차손이 크다”는 그의 하소연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힘든 와중에도 “올해 40억원가량을 공장자동화설비에 투자하겠다”던 배포가 남다른 분이었다. 그는 최근의 경영환경에 어려워하는 모습이었지만 수출을 지속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월 금융기관과 1달러를 980원에 매도할 수 있는 선물환 계약(1,200만달러 규모)을 맺은 덕분이다. 한숨은 돌렸지만 짙은 근심을 숨길 수는 없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환 헤지 규모가 전체 수출물량의 절반 수준인데다 향후 환율 움직임에 대한 예측이 힘들어 환 헤지 조건을 어떻게 잡을지 종잡기 어렵다는 넋두리였다. 한 기업이 특정 기간에 환율이 920~980원대에서 움직일 거라는 옵션으로 1달러당 980원에 달러를 매도할 수 있는 선물계약을 은행과 맺었다고 치자. 만일 예측이 빗나가 환율이 1,000원까지 오르게 되면 환차익을 포기해야 하고 920원 아래로 떨어지게 되면 계약이 자동 소멸돼 수수료만 날리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환율 예상범위를 넓히면 리스크 축소로 달러 매도가격이 낮아지니 환 관련 상품에 가입하는 메리트가 별로 없다. 더구나 신용등급이 좋지 못한 기업의 경우 수수료 외에 별도의 보증금(헤지 규모의 20~30%)을 은행에 내야 환 헤지가 가능하다. 이 사장은 “환율이 미끄럼을 타고 있어 환 상품 가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서 환율 급락을 제어해줄 정부의 역할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요약하면 정부가 달러 약세 기조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환율 하락이 가파르게 진행되지는 않도록 시장에 적극 개입해달라는 항변이었다. 대다수 중소기업의 경우 환 헤지는 고사하고 원가 측면에서의 대응도 어려운 실정이다. 추가적인 환율 하락이 점쳐지는 가운데 정부의 지원대책이나 대응방안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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