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기업진출 中 위해市를 가다] (2)현지에 뿌리내린 에스아이플렉스

중국 위해시에 들어오는 한국기업은 대부분 전자부품, 자동차부품, 공예품, 의류 업체들이 주류를 이룬다. 옛날에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회사와 합작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100% 독자기업으로 진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인건비, 물류비 절감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정부의 다양한 특혜정책, 간단한 입주절차와 신속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기에 한국기업의 위해시 진출은 가속도가 붙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 입성한 모든 한국기업이 승리의 진군가를 부르는 것은 아니다. 낚시대 생산업체인 A사는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며 중국시장에서 승승장구했지만 현지 경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관리능력도 떨어져 결국 중국회사에 추월당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만큼 철저한 관리능력과 기술력이 뒤따라 주어야지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에스아이플렉스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중국 최대의 명절 춘절(春節)을 며칠 앞두고 쉬는 회사도 많았지만 에스아이플렉스 중국 공장은 850여명 직원이 생산라인 가동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4~5명 한국관리자를 빼면 모두 중국 현지인이다. 동판을 만들고 에칭을 하고 판을 절연하고 조립을 하는 여직원들의 눈빛과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에스아이플렉스는 지난 2000년 위해시 산업단지에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1,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중 30% 이상을 중국 공장을 통해 달성할 정도로 중국 현지공장을 통한 매출비중이 크다. 매출의 30% 이상을 800명 이상의 중국 현지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핸드폰, 디지털카메라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PCB를 중국에서 임가공 형태로 생산, 위해항을 통해 경기도 안산 본사로 옮기고 한국에서는 포장공정을 통해 대부분의 제품을 일본에 수출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국법인 유성하 책임자의 설명이다. 업종 특성상 단순작업과 조립공정이 많은 만큼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포장작업은 한국에서 담당해 코리아 브랜드가치를 살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은 삼성전기, 삼성SDI, 한국소니 등 국내 대기업에 공급되고 소니, 산요, 마쯔시다 등 일본 굴지의 전자회사에 수출된다. 에스아이플렉스 중국법인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중간관리자 육성이다. “단순 작업자는 한국 노동자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일을 잘한다. 경쟁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숙련된 중간관리자가 부족한 것이 약점이다. 중국 현지화에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중간관리자를 어떻게 육성하는가에 달려 있다” 유 책임자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정기적으로 46명의 중국 현지인을 경기도 본사로 보내 생산, 관리일을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에스아이플렉스는 올해 2,000억원의 매출을 겨냥하고 있고 이중 700억원 가량을 중국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현지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만큼 자신감이 강하게 배어 있다. 또 중국 정부의 친(親) 한국기업 정책도 마음에 든다. 유 책임자는 “동종업계 관계자들이 중국진출에 대한 전화문의를 해오고 있고 긍정적인 방향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위해시 수출가공부 직원들이 달려와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있을 정도로 위해시는 한국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위해(중국)=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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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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