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의 소비심리는 조금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고유가와 부동산 보유세의 부담 강화에 따라 중산층 이하는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등 소비 부문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9일 통계청이 내놓은 ‘7월 소비자 전망조사’ 결과를 보면 6개월 후의 경기ㆍ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넉달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내수가 회복되기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임을 내비쳤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ㆍ생활형편 등을 의미하는 소비자평가지수도 석달째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주체 자신감 상실=7월 소비자기대지수는 95.2로 전달의 95.4보다 낮아지면서 지난 3월(101.3)을 고점으로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평가지수도 5월 85.5에서 6월 79.7, 7월 78.9 등으로 하락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소비주체들이 자신감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설상가상으로 소비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졌다. 기대지수를 소득계층별로 보면 월소득 400만원 이상은 106.6으로 6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넘었다. 300만원대는 6월 98.0에서 97.3으로, 200만원대는 97.7에서 96.8로 각각 낮아지면서 2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100만원대의 경우는 90.9, 100만원 미만은 87.7로 5개월째 수치가 떨어지면서 3년 가까이 100 밑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연령대별로는 전 연령층에서 정체 또는 하락의 모습을 보여준 가운데 20대의 소비자기대지수만 전달 99.8에서 104.5로 뛰어오르며 회복기미를 보였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과 20대 소비자의 경우 고유가에 따라 받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은 계층”이라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의 소비심리가 나빠졌다는 것은 유가가 소비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정국면 장기화되나=정부는 소비자기대지수ㆍ기업경기실사지수 등 심리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에 대해 조정과정을 거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철주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은 “연초 반짝했던 심리지표가 조정을 받고 있는 과정으로 바닥 다지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물지표 개선이 지속되면 심리지표도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전민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심리지표가 조정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정국면을 거쳐 심리지표가 반등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않다.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유가ㆍ환율 등 대외변수가 심상치 않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물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소비심리가 조정을 받고 있다”며 “당분간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고유가와 환율 등 악재가 심화되면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정창호 통계청 통계분석과장은 “경기 회복세가 느린데다 유가마저 급등해 심리지표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볼 때 유가 등 대외여건이 안정되지 않는 한 소비자기대지수 등 심리지표 반등을 기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