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2월5일] 음악회

유진 오르먼디가 이끌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필라델피아 사운드’라 불리던 현악섹션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열혈남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그 음악 색깔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얼마전 내한했던 베를린 필 하모니가 장중한 브람스의 교향곡을 공연한다고 해서 어렵사리 표를 구한 나는 음반으로만 듣던 베르헤르트 폰 카라얀의 소리를 듣게 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연주회장을 찾았다. 현악의 하모니와 호른과의 교감은 참 좋았지만 우드섹션과 스트링 간의 조화는 무언가 불안했고 관악의 장엄함이 부족해서인지 100% 감동적인 연주라고 말하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달랐다. 5분 넘게 박수를 치며 찬사를 보냈고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은 네 번의 커튼콜을 받으며 지휘석으로 나와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한두곡이라도 앙코르를 기대하고 박수를 치던 관객들이 무색하게 지휘자는 그저 감사 인사로만 마무리를 지었고 단원들도 악보를 챙겨 하나둘씩 자리를 일어섰다. 관객들은 멋쩍게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국내 교향악단이 같은 내용으로 연주했어도 그런 열화와 같은 박수가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결코 낮지 않은 입장료의 연주회라 자리를 뜨기 아쉬워서 그랬던 모양이다. 공연을 보면서 얼마 전 출장지인 베를린에서 봤던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생각났다. 늘 연주회가 있어서인지 사만원 정도의 가격에 표를 구입해 앉은 자리였지만 앞에서 열번째인 좋은 자리였다. 음악은 헥토르 베를리오즈의 유명곡과 함께 그날 세계 초연을 한다는 한 현대작곡가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연주됐다. 그날 연주회는 음악도 훌륭했지만 이렇게 쉽게 좋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베를린 시민에 대한 부러움이 더해져 더욱 감명 깊게 느껴졌다. 요즘 우리나라 음악가들은 가히 세계적 수준이다. 대형 관현악단은 물론이고 웬만한 음악회에서도 연주자들이나 관객 모두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을 뿐더러 주변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하지만 음악회를 가보면 알음알음 초청장을 받아 온 사람들이 많고 좀 유명하다 싶으면 연주회 입장료가 턱없이 비싼 경우가 많다. 물론 비싼 돈을 지불하고 자주 보러 가야 음악계에도 김연아나 신지애 같은 뮤지션 프로들이 많이 나오겠지만 이들의 음악이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고 또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공연문화환경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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