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9월2일] 헨리 조지


‘정치경제학 공부에 전문지식이나 연구실, 스승이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복잡한 현상을 축약할 수 있는 관찰이다.’ 1877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이 개최한 강연회에서 나온 말이다. 강연 내용에 놀란 학교측은 신설될 경제학과의 교수직에 초청강사를 채용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강사의 이름은 헨리 조지(Henry George). 미국의 경제사상가다. 1839년 9월2일 필라델피아에서 세관직원의 10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가난 탓에 14살에 학업을 중단한 뒤 점원ㆍ외항선원ㆍ사금채취ㆍ인쇄공 등을 지내면서도 홀로 공부해 신문기자를 거치며 독자적인 경제이론을 세운 사람이다. 1897년 58세로 사망하기 전에는 뉴욕시장에 출마하는 등 사회운동에도 힘썼다. 헨리 조지 사상의 핵심은 토지가치세. 1879년 출간한 ‘진보와 빈곤’을 통해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는 경제발전의 과실이 모두 땅 주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며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전액 세금으로 거두는 대신 나머지 세금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반응은 극과 극. ‘비판할 가치도 없다’(앨프리드 마셜), ‘잉여가치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공허한 이론’(카를 마르크스)이라는 혹평과 ‘국부론 이후 최고의 책’(뉴욕 트리뷴지)이라는 찬사가 엇갈렸다. 톨스토이와 쑨원(孫文)도 그의 영향을 받았다. 흔적이 가장 많이 남은 곳은 한국.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들 중에 헨리 조지 추종자가 많다. 토지공개념과 헨리 조지 사상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헨리 조지의 처방이 한국에서 먹힐까. 모를 일이다. 부동산 가격 흐름을 볼 때 단기성과 달성은 힘들어 보인다. 한국도 독학의 경제사상가를 배출할 수 있을까.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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