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소주세율 인상을 골자로 한 주세법 개정안을 2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것을 두고 당정간 ‘힘겨루기’로 보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이 서민생활과 직결된다는 이유로 “대안을 찾아보라”고 제안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정부가 이를 완전히 묵살한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세수(稅收)와 표수(票數)’를 둘러싼 당정간 힘겨루기는 늘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보기 드문 케이스. 지난해 종부세 기준을 6억원으로 할 것인가, 9억원으로 할 것인가의 논쟁이 있었던 것도 내막은 결국 세수와 표수 사이의 갈등이었고 8ㆍ31 부동산종합대책을 세울 때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강조한 반면 당이 중대형 공급에 방점을 찍은 것도 결국 이 같은 당정간 입장차에 기인한 것이다. 이 같은 당정 갈등은 17대 국회가 거수기에서 벗어나 정책 국회를 지향하면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국회 동의 없이 법안 통과가 어려워 정부도 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석호 제3정조위원장이 이날 국무회의 결과에 대해 “법은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당정간 권력구조를 염두에 두고 나온 말이다.
때문에 정부가 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세법 개정안을 의결한 것은 당을 압박하기보다는 세수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제스처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명분상 당도 마냥 반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일단 공을 정치권에 넘겨놓고 결론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 재경위 논의 과정에서 찬반 논쟁뿐 아니라 특단의 대책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리당 일각에서는 ▦정부 보유주식 매각 ▦잡종지 등 국유지 매각 ▦세출예산 조정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