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농촌 위기, 오히려 기회

안종운 농업기반공사 사장

불가의 선사들은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는 화두를 통해 한단계 더 높은 깨달음의 경지를 추구했다. 백자 높이의 장대에 올라선다는 것은 대단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기회로 삼고 한발 더 내디뎠을 때 새로운 경지가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농촌은 그야말로 위기다. 농산물시장의 개방 확대가 코앞에 닥친 가운데 소득감소와 부채증가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농간의 소득격차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복지시설 등은 도시에 비해 대단히 낙후한 수준이다. 농업의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할 만큼 총체적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미궁 내부에 활로가 숨겨져 있듯 어려움 속에 문제의 열쇠가 놓여 있을지 모른다. 식품 불신만 해도 도리어 전화위복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불신이 심화돼가는 만큼 유기농 상품과 같은 ‘안전 식품’에 대한 관심 역시 비례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산물 중 친환경 상품은 불과 2%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이 같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농가소득 감소 등의 위기는 농업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영세한 농업환경을 바꾸고 쌀 개방에 맞설 대안은 사실 규모화 사업과 전업농 육성, 특색 있는 쌀 생산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모화를 통해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오리ㆍ우렁이ㆍ등겨농법 등을 이용해 친환경, 얼굴 있는 고품질의 쌀을 생산해낸다면 시장이 개방된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은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낙후한 농촌을 개발하고 도농간의 소득격차를 메울 전사회적 지원 역시 절실한 실정이다. 농촌은 국토의 85%를 차지하고 있지만 버려지다시피 방치돼 있다. 새로운 개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도시의 자본이 자연스레 농촌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농민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농촌체험 학습이나 문화 유적 등을 바탕으로 만든 테마 관광마을의 육성이 이를 위한 좋은 예다. 백자나 되는 높이에서 한걸음을 더 움직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모인다면 틀림없이 백척간두의 농촌 앞에 튼튼한 사다리가 놓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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